아라리오갤러리, 손수광 첫 유작전…사실주의 서양 회화 재조명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오는 20일부터 2017년 1월 8일까지 한국 근현대 구상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손수광(1943-2002)의 첫 번째 유작전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작가 살아생전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과의 오랜 인연과 예술적 교류를 기림과 동시에, 사후에도 지속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지지와 애정으로 마련됐다. 또한 구상화 전통이 점점 퇴색해가는 동시대 한국미술계에, 잊혀져가는 이름인 구상화가 손수광의 작품으로 다시 한 번 구상화에 대한 담론을 재기하고자 준비된 전시다. 손수광의 작고 이후 처음으로 공개되는 미공개 작품들을 포함해 파리 거주 시절(1979~1982)부터 귀국 이후 우이동 화실과 해인사 작업실 등지에서 제작한 작품 등 70여 점이 소개된다.대상의 이미지를 근간으로 한 재현적 회화는 조형 언어에 있어 중요한 어휘이자 문장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1910-1945)에 서구 미술이 수용되어, 재현에 대한 한국식 사유가 정치적 왜곡 속에 굴절되어 정착되었다. 해방 이후 재현에 바탕한 구상미술은, 일제시대 활약했던 원로화가들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형성된 제도권 속에서 구축됐다. 즉, 50, 60년대 구상회화는 아카데미즘을 계승하고 사실주의 회화 경향을 드러냈다. 하지만 50년대 말 화단을 휩쓸었던 엥포르멜 열기와 60년대 이후 모더니즘의 전개 속에서 구상은 추상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당대 한국 미술에서 서양화는 구상과 비구상이라는 이원적 개념 하에 편협하게 논의됐으며, 이러한 현상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등장한 손수광의 회화는 단순히 당대 서양화 전통에 기반한 재현적 구상 회화를 반복하기보다 서양화 전통 위에 작가 특유의 인간적 감수성을 강조하는 표현적 형상을 더했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손수광 회화 속 조형 패턴은 인물, 정물, 풍경과 같은 형상에서 일관되게 지속됐다. 회화에 대한 부단한 천착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은 현대적 구상 회화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됐다. 그의 회화 작품의 ‘대상’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상이 아니라, 대상 너머의 보이지 않는 생각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기존 구상회화와는 다른 변화를 보인다. 손수광은 “내 그림은 일종의 오브제로서 마음속에 잔재해 있는, 인간 누구나가 가질 수 있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이번 전시는 손수광의 1970-90년대 회화작품을 집약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사후 처음 공개되는 누드 작품 시리즈를 소개한다. 본 전시를 통해 작가가 활동했던 당시 구상회화의 오랜 패러다임과 관념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1970-90년대 한국에서 꽃피웠던 특정 화풍과 재현 방식을 환기할 기회를 마련하리라 기대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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