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래기자
[태안(충남)=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무조건 장타."
장타소녀 렉시 톰프슨(미국)에게 "장타와 퍼팅 중 중요한 것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더니 곧바로 돌아온 대답이다. 지난 4일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실제 280야드의 호쾌한 티 샷으로 구름갤러리를 매료시켰다. "퍼팅은 연습을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며 웃었다. 톰프슨의 '장타 예찬론'을 들어봤다.
▲ "오빠들 이기려다"= 현재 세계랭킹 4위로 미국의 실질적인 에이스다.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데뷔해 메이저 1승을 포함 통산 7승을 수확했다. 특히 평균 281.38야드의 압도적인 비거리로 '흥행카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183cm에 큰 키에서 뿜어내는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이글 1위(11개)다.
어린 시절 오빠들과의 경쟁이 장타의 출발점이라는 게 재미있다. "두 오빠들을 이기려다 나도 모르게 장타자가 됐다"며 "요즈음은 웨이트트레이닝 등 근력 운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마추어골퍼를 위한 '장타 팁'이다. "스윙을 세게 하면 정타가 나오기 힘들다"면서 "자신만의 편안한 템포를 찾은 뒤 정확하게 스위트 스폿에 맞추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장갑끼고 퍼팅하는 이유"= 그린에서는 다른 선수와 달리 장갑을 벗지 않고 퍼팅하는 게 트레이드 마크다. "처음부터 장갑을 끼는데 익숙해졌다"는 톰프슨은 "손 감각을 느끼기 위해 장갑을 벗고 퍼팅해 봤는데 별다른 느낌이 없고, 성적도 더 나아지지 않았다"며 "더운 여름철 장갑에 땀이 많이 밴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아예 그린플레이의 루틴이 된 셈이다. 오히려 '장갑 퍼팅'에 대한 장점을 곁들였다. "그린에 올라갈 때마다 장갑을 벗어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며 "플레이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자랑이다. 퍼팅은 사실 톰프슨의 '아킬레스건'이다. 라운드 평균 퍼팅 수가 LPGA투어 143위(30.93타)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고, 점점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 "아이 러브 코리아"= 이번이 다섯번째 한국 방문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는 역전우승을 일궈낸 짜릿한 경험까지 있다. 유소연(26),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 등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다"며 "좋은 추억이 있어 그런지 언제나 기대를 갖고 한국을 방문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화금융클래식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KLPGA투어를 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톰프슨은 "선수들에 대한 배려나 코스 세팅 등 전반적인 대회 운영이 완벽했다"며 "LPGA투어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호평했다. 다음달 KEB하나은행챔피언십 타이틀방어를 위해 다시 출격한다. "기회만 있다면 KLPGA투어 대회도 언제든지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 "명예의 전당을 꿈꾸며"=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는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선수가 멀리, 똑바로 치는 것을 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다"는 톰프슨은 "롱게임뿐만 아니라 쇼트게임, 특히 퍼팅이 훌륭하다"며 "모든 선수들이 약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부러워했다.
마지막 목표는 '명예의 전당' 입성이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에리야 쭈따누깐(태국), 브룩 헨더슨(캐나다) 등이 펼치는 '영건 돌풍'에 대해 "어린 선수들은 겁이 없어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 같다"며 "나는 이제 21살인데 나이가 많아 보일 정도"라는 조크다. "더 열심히 해서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되는 동시에 올림픽과 솔하임컵, 인터내셔널크라운 등 국가대항전에서 미국 국가대표의 책임을 다 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태안(충남)=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