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의전문화] '회장님 나가시는데 어떻게 사무실서 가만히…'

아직은 눈치보는 임직원들

기업의 의전 문화 (출처 : 프리미엄패스)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A기업 홍보실 직원은 최근 한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회장님'을 맞이하기 위해 낮 1시반부터 7시까지 대기했다. 이 기업의 회장은 비서실을 따로 두지 않고, 혼자서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홍보실 직원이 6시간 가량을 장례식장에서 대기해야 했을까.  홍보실 임원의 노파심 때문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회장님이 방문하는 건 알고 있는데, 정확한 일정은 일부러 공유를 안 하시기 때문에 의전이 쉽지가 않다"며 "그렇다고 회장님이 움직이시는데 아무도 안 나가는 것이 익숙지가 않아 직원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오너가 '의전 철폐'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아랫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 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너가 의전을 싫어하니, 티 안나게 의전을 하라'는 임원의 지시에 직원들은 오너의 동선을 최대한 파악한 후, 오너가 나타날 때까지 눈에 띄지 않게 서서 보이지 않는 의전을 하곤 한다.  한 술 더 떠 첨단 IT 기술을 동반한 의전도 생겼다. B기업 홍보실은 직원이 직접 오너가 방문할 곳을 찾아가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미리 의전동선을 찍기도 했다. 직접 오너가 걸을 동선을 걸으며 몇 걸음이나 걷는지, 몇 분 정도 소요되는지 윗선에 스마트폰 메신저로 보고한 것. 과거 방식의 의전이 사라진 대신, 또다른 방식의 의전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오너가 '의전 철폐'를 주장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더라도, 아랫선에서 '알아서 기는 문화'가 없어지지 않으면 의전 철폐가 제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눈치보는 문화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기업 임원들도 있다. C기업 임원은 "오너가 의전은 필요 없다고 하고서도, 정작 어딘가를 방문한 뒤 '왜 아무도 없었냐'며 직원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전을 철폐하고자 하는 윗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아랫 사람들의 생각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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