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서 대기업집단 기준 변경 논의 중'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최근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올인하면서 '경제검찰'을 자처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류도 변하는 모습이다. 평소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던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전면에 나서서 기업에 방해가 되는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정 위원장은 12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세종포럼 조찬 특강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5조원으로 상향된 것이 2009년인데, 경제 규모와 여건이 그때와 달라져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대기업집단 기준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며 "기준 금액 변경 등이 심도 있게 검토될 것"이라고 전했다.앞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개선에 소극적이던 공정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 이후 확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후 정 위원장은 곧바로 언론 인터뷰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전반을 손보겠다"고 밝힌 뒤, 이날 세종포럼 특강에서는 "관련 TF를 운영하고 있다"며 움직임을 적극 알렸다. 평소 언론 인터뷰 등을 잘 하지 않는 정 위원장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이런 가운데 정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케이티(KT)의 계열사 부당 지원 사건과 스크린골프 1위 업체인 골프존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 ▲올해 1월 커피 브랜드 이디야의 가맹사업법 위반을 무혐의로 결정 ▲3월 에스케이텔레콤(SKT), KT, 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동통신 3사와 함께 잠정 동의의결안 발표(동의의결 :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의 설 명절용 선물세트 값 담함 의혹을 사실상 무혐의로 일축 ▲4월 오라클의 끼워팔기와 구입 강제 의혹에 무혐의 등 기업친화적 처분을 내려왔다. 전날에도 8개 면세점업체의 환율 담합에 대해 "부당이득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 없이 시정 명령만 내렸다. 안 그래도 정 위원장에게는 '경제민주화 성과가 부진하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지난 1월 "야당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얘기하니까 부처 중에 제일 많이 했는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4월 1일 '제15회 공정거래의 날' 행사 기념사에선 "경제민주화 과제의 적극적인 실천을 통해 국민 체감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선 공약 중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집단소송제, 소액주주를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 상당수는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정 위원장을 위시한 공정위의 경제활성화 발걸음도 더해지면서 '정재찬 호(號)'는 비판여론의 풍랑에서 한동안은 더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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