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은 못땄지만'…그림 부문 첫 지적장애인 국가대표 이용우 군

6살 지능에 서번트증후군 … 교사들이 재능 이끌어 내佛 보르도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서 당당히 실력 입증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앞으로 그림 열심히 그려서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파이팅!" 프랑스 보르도에서 막을 내린 '제9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에서 지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회화 부문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용우 학생(21·중학교 2학년)은 아직도 경기장에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규모 국제대회에 나선 흥분 때문인지, 먼 이국 땅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낯선 환경 때문인지 유난히 웃고 평소보다 들떠 있었다.겉모습은 어엿한 청년인 이군은 겨우 여섯살 수준의 지적능력을 가진 지적장애 3급의 자폐성 장애인이다. 학습 능력은 떨어지지만 학교 선생님들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타고 다니는 차량번호와 차종을 모두 기억하고 곧잘 그림으로 그려내는 이군이었다. 연말이면 농협에서 얻어온 새 달력을 컬러복사라도 한듯 12장 모두 그림과 숫자까지 똑같이 그려내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들부터 차례로 한부씩 나눠주기도 했다.자폐성 장애 중에서도 기억이나 암산, 음악이나 미술적인 부분 등 특정영역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이른바 '서번트증후군'이다.이같은 재능을 눈여겨 본 학교 교사들이 이군을 본격적으로 지도하면서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자신만의 특별한 기법으로 그림을 표현하고 완성하는 능력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당히 역대 최연소이자 지적장애인 최초로 장애인기능올림픽 회화 부문 국가대표로 선발됐다.그동안 회화 부문은 대부분 청력을 잃은 대신 시각이 발달한 청각장애인들이 강세를 보여 왔다. 혹은 장애는 있지만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거나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출전하는 종목이었던 만큼 지적장애를 가진 이군의 등장은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세계 각국에서 온 쟁쟁한 선수들과 겨룬 이번 국제올림픽에서는 비록 입상에 이르지 못했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인정받아 앞으로 직업 화가로의 길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가대표 지도를 맡은 신제남 위원(서양화가)은 "이군이 자폐성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생각하거나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학생들보다도 훨씬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랑했다.김시영 소림학교 교장은 "이군의 국가대표 선발은 적절한 특수교육을 통해 장애학생의 가능성을 찾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입증한 쾌거"라며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가꿔 졸업 후 국가에 세금을 낼 수 있는 당당한 사회인이 되도록 교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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