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구조개혁과 내수ㆍ수출기반 강화로 경제역동성 확산'을 재정운용의 기본방향으로 내세운 '2017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주목되는 내용은 재정 운용의 자율성ㆍ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부처 자율적으로 재량지출을 10% 수준 구조조정해 예산을 요구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절감 재원은 일자리, 성장잠재력 확충 등 주요정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긴축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정정책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신호가 필요해 보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재정에 큰 어려움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며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 부총리는 내년 예산 편성과정부터 연구ㆍ개발(R&D) 투자 효율화, 유사ㆍ중복 사업 통폐합, 정책자금 지원방식 개편, 페이고(Pay-go) 등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개혁에 나서겠다고 한 배경에는 크게 늘어난 국가부채가 있다. 2014년 7월 500조원을 돌파한 국가부채는 불과 1년7개월 만인 지난달 초 600조원을 넘어섰다. 연말에는 64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지난해 35.9%에 이어 올해 40%를 돌파하고 '2060년에는 62.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면 이 비율은 158.4%까지 치솟을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보고 있다. 1200조원을 넘어 비상경고등이 켜진 가계부채와 1300조에 이른 기업부채에 이어 국가부채까지 급증하고 있으니 국가경제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유 부총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재정개혁이 갖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는 일이다. 부처 지출의 10% 축소나 재정효율화 방침이 작년까지 펴온 재정확장 정책에서 재정긴축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지, 경기에 대한 재정기능을 유지하면서 말 그대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뜻인지 밝혀야 한다. 정책충돌의 소지도 줄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총선 7대 경제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적극적 경제금융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유 부총리의 전임자들도 재정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익집단의 로비나 정치권 압력에 무너진 탓이다. 원칙을 갖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히 줄이되 경기회복의 불씨는 살려 나가는 정책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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