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남두 한국무역보험공사 남부지역본부장
호돌이 마스코트가 온 나라를 뒤덮던 1988년. 올림픽이 열렸던 그 시절을 배경으로 중장년층을 향수에 젖게 했던 TV드라마가 최근 높은 인기를 뒤로 한 채 종영을 맞았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골목길과 유행가, 이웃과의 정이 살아 숨 쉬던 그 시절의 향수를 간직한 세대들의 '요구'에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응답'한 제작진의 영리함이 맞물려 '높은 인기'를 누린 셈이다. 혈기왕성한 젊음으로 함께 울고, 함께 웃던 왕년의 '전성기'를 떠올리며 향수에 젖는 건 드라마 속의 일만은 아니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며 '수출한국'을 대표하던 조선과 해운산업의 '전성기'를 떠올리면, 최근 조선과 해운업계가 겪고 있는 극한의 어려움과 대비되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특히, 해운경기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첩첩산중 쌓이고 있는 모양새다. 2012년 1,172를 기록했던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작년 말 712로 약 40%, 1353이었던 벌커운임지수(BDI)는 작년 말 471로 무려 65% 하락하는 등 급락한 운임은 여전히 해운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해운산업의 전방산업인 조선산업의 경우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근 조선산업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글로벌 발주금액이 2013년 1385억 달러에서 2016년 711억 달러로 49%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글로벌 경쟁환경도 심상치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 등 전통적 선진국의 앞선 기술력과 중국 등 신흥국의 원가 경쟁력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는 우리 조선산업을 '넛크래커 속의 호두' 에 비유하며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자구 노력도 '현재진행형'이다. 원가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불황 속에서도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우리 조선ㆍ해운 기업들의 '자구노력'에 '응답'하기 위한 무역보험공사의 노력도 구체화 되고 있다.공사는 원활한 수출산업 금융지원을 위해 설립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해양금융 분야 수주회복을 위한 '선주금융'에 앞장서고 있다. 해운선사가 고가의 선박을 조선사에 발주할 때, 그 구매자금을 조달(금융)할 수 있도록 돕는 '선주금융'은 잠재적 수요를 실질 수요로 전환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다. 규모 면에서도 '15년말 기준, 공사의 해양금융부문 관리금액(Exposure)은 약 193억달러로 세계 해양금융 관련기관 중 3위에 해당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원 선종도 다양 (컨테이너 40%, 탱커 34%, 오프쇼어ㆍ기타 26%)해서 우리 기업의 선종별 수주를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올해에는 글로벌 '수주절벽'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사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통적 은행권 금융과 더불어 리싱(leasing), 옵션(option) 등을 활용한 구조화 금융도 이용하여 국내조선사의 신규 수주를 견인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최근 설립된 '민관합동 선박펀드'에 참여하여 국내 해운선사의 초대형ㆍ고연비 선박 구매를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해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하지만 그 칠흑 같은 어둠을 견디고 나면 여명의 첫 광채를 누릴 수 있다. 조선ㆍ해운업계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스마트한 정책금융으로 진화한 무역보험이 적극 '응답'한다면, 조선ㆍ해운산업의 영화(榮華)는 '흘러간 노래'가 아니라, '제2의 전성기'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형남두 한국무역보험공사 남부지역본부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