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私교육 '꼼수통계'보다 실효적 대책을

지난해 초중고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24만4000원으로 3년 내리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은 정체된 가운데 사교육비가 가계에 점점 더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해 전국의 사교육비를 조사해 오늘 발표한 결과는 사교육 현황의 명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높은 사교육비 부담이 고착화돼 있지만 개선할 방법은 분명 있다는 것, 그러나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주목되는 것은 일부 과목의 사교육비가 소폭 줄어든 대신 다른 과목의 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국어와 영어 등 일반교과 사교육비는 19만원으로 전년보다 0.3%(1000원) 줄었다. 특히 초등학교의 영어 사교육비가 7.3%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반면 예체능 사교육비는 5만3000원으로 5.4%(3000원) 늘었다. 예체능 사교육비는 조사가 시작된 2007년(4만3000원) 이후 2012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증가세다. 어느 영역에서 사교육이 줄어들면 다른 부문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사교육계에서도 굳어지는 모습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찾아내는 사교육의 발 빠른 적응력이 거듭 확인된다. 한편으론 2018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것이 초등학생 영어 사교육비를 줄였다는 것에서 문제의 뿌리를 짚어낸 정책은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이 주목된다.사교육의 현실과 구조에 대한 더욱 정밀한 진단과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부의 발표를 보면 과연 현실을 직시할 자세가 돼 있는지부터 의문이 든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사교육 관련 물가'라는 생소한 기준을 내세워 1인당 실질사교육비가 전년보다 3000원(1.5%) 줄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물가지수(전년 대비 0.7% 상승)가 아닌 '사교육 물가(2.6% 상승)'를 적용한 것이다. 또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들까지 포함한 물타기 통계로 평균을 제시해 실상을 흐리는 '착시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통계를 무리하게 손질하는 게 아니라 이번 조사결과보다 더 버거운 국민들의 '체감 사교육비' 현실부터 제대로 살피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2월 조사한 결과에서는 초등학생 학부모가 지출한 자녀 1인당 사교육비가 한 달 평균 37만원으로 교육부 발표의 1.5배나 된다. 게다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영ㆍ유아대상 사교육비가 최근 매년 두 자릿수나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고쳐야 하는 건 통계기준이 아니라 사교육에 눌리는 현실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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