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시간 여정’, 세상의 밀알되고 싶었다

김유남(오른쪽 첫 번째) 씨가 2014년~2015년 스리랑카 현지에서 만난 현지 아이들과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한남대 제공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내가 살아 숨 쉬는 이 공간, 좀 더 따듯하고 바른 세상이길 바랐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김유남(27·사회복지학과) 씨가 재학 중 이어온 봉사활동을 회고하며 전한 메시지다. 주변 또래 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던 사이 김씨가 묵묵히 쌓아온 봉사활동 시간은 장장 1700시간에 이른다.한남대는 12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중 최고 봉사시간을 기록한 김씨에게 ‘한남봉사상’을 수여한다고 11일 밝혔다.김씨는 어학연수와 학점관리 등이 대학생의 필수 코스가 된 현 세태에 반(反)해 대학 재학시절 개발도상국을 찾아 현지 아이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태며 자신만의 상아탑을 완성했다.김씨의 봉사활동은 일시·다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장기간 지속돼 온 특징을 갖는다. 가령 그는 2013년 1월부터 1년간 매주 이틀씩 대전 동구 판암동 소재 ‘판암지역아동센터’를 방문, 아이들의 방과 후 학습을 도왔다.캐나다에서 경험한 워킹홀리데이에서 습득한 영어회화 능력을 재능기부하기로 결심, 실행에 옮기게 되면서다. 이 기간 센터 내 봉사활동 누적시간은 총 700여 시간에 이른다.또 2014년 6월~2015년 8월 사이 그는 스리랑카 피티예가마에서 1000시간에 이르는 봉사활동 대장정을 실행에 옮겼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새마을세계화재단이 공동주관하는 ‘마을개선사업’ 프로젝트에 참여, 현지 소규모 마을(피티예가마)에 체류하며 ‘피티예가마 마하 위드얄라’ 종합학교 교육개선 사업을 담당하는 게 봉사활동의 주된 내용이다.당시 그는 현지 학교에서 컴퓨터 및 영어교실 운영과 학교 시설 정비 등을 도맡았다. 특히 학교 인근 비포장 흙길을 포장하는 도로개선사업은 김씨가 기억하는 가장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다.총장 50m 구간의 이 도로 포장공사를 마무리 할 즈음 마을주민들은 김씨의 이름을 딴 ‘김유남 로(Younam Kim Avenue)’로 도로명을 짓기도 했다. 고된 여정 속에 쌓여온 김씨와 마을주민들 간의 유대가 현지 도로 이름으로 길이 간직될 여지를 갖게 된 것.하지만 현지에서의 봉사활동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마을주민 대부분이 외국에서 온 청년을 경계하고 도로포장 일을 도와달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는 그는 “이 무렵 한 달여간 마을주민 개개인을 찾아가 설득했고 결국엔 많은 사람들이 공사 진행에 손을 보탰다”며 “공사가 생색내기 식의 사업이 아니라 마을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이해시키면서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또 “유년시절 어려운 주변 환경으로 인해 꿈을 잊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유·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며 “어려운 가정형편에 청소년 쉼터에 머물게 되면서 꿈을 이루지 못한 개인사(김씨 본인)가 주변 어린 학생들의 꿈을 키우고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다”고 했다.그러면서 “동기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졸업하게 되긴 했지만 그 시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의미 있고 후회도 남지 않는다”며 “오히려 다양한 봉사활동과 여행이 스스로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부했다.김씨는 대학 졸업 후 전문 사회복지사가 돼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해 도움 되는 일을 찾아 할 계획을 갖기도 했다. 한편 한남대는 12일 교내 성지관에서 ‘201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열고 ▲학사 2558명 ▲석사 361명 ▲박사 52명 등 2971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한다.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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