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기간제근로자법, 파견근로자법 개정 등 노동개혁법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치열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고용유연화 문제에만 매몰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 해소 등 고용유연화의 기본 전제 등을 외면하고 있어 소모성 논쟁만 고조시키고 있다.8일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법 연내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붕은 햇빛이 밝을 때 수리하라는 말이 있다"며 노동개혁법 연내처리를 강조했다.현재 여야간의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이다. 기간제보호법은 2년 이상 채용하려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현행법의 얼개를 유지한 채 35세 이상 근로자의 경우에는 추가로 2년 이상 근로계약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기간이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법의 경우에는 55세 이상, 고소득 관리ㆍ전문직, 금형ㆍ용접 등 뿌리산업 종사자의 경우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이 두법에 대해 비정규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유연화를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관련 규제의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고용유연화가 현재의 산업구조에서 피할 수 없는 대세임을 시사한다. 급격한 기술발전과 경제산업구조의 전환 등으로 인해 정규직 형태로 고용을 보장할 경우 기업들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의 경우 비정규직 확대에 강한 반발을 하는 근본적 이유는 비정규직이 단순히 고용유연화에 용이하다는 점 보다는 사회 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우에 놓이게 되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 8월을 기준으로 627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 145만3000원에서 146만7000원으로 1만4000원 올랐으며, 파견ㆍ용역 등 221만 비전형근로자의 경우 평균임금은 151만5000원에서 150만6000원으로 감소했다"고 소개했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급여인상률 또한 낮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따라서 고용유연화를 피할 수 없을 경우 비정규직에 놓이더라도 적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이같은 원칙에는 여야 모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제정의노동민주화특별위원장 추미애 최고위원은 한 방송토론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먼저 만들어나가는 제도부터 여야가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렇게 하는 것이 (현재 정부ㆍ여당의 노동개혁보다) 더 나을 것"이리고 주장하기도 했다. 토론 당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며 동의를 표시했다. 그는 이 토론에서 2014년 통계를 인용하며 "대기업 정규직 (급여가) 100이라고 한다면 대기업 비정규직이 60이고, 중소기업의 정규직이 52라면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이 34 정도"라고 소개하며 임금 격차 문제를 지적했다. 다만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 이 최고위원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의 선순환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해법만 제시했다.정치권에서는 노동개혁 5대법안의 통과여부를 놓고 갈등만 고조시키기 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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