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기관 사이…'정보비대칭'의 단면도불법 내부정보 이요해 투자, 개인들이 들어오면 물량 털어내[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한미약품 미공개정보에 따른 불공정거래 혐의로 금융당국과 검찰이 기관투자가들에 대해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사태는 개인과 기관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비대칭'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왜 99%의 개미(개인투자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한미약품 사례를 되짚어 봤다. 금융당국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자산운용사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한미약품 직원 A씨가 호재성 내부 정보를 빼돌려 증권사 연구원 B씨에게 전달했고, B씨는 수십여명의 펀드매니저들에게 해당 정보를 넘겨 한미약품 주식을 대량 사들이게 했다는 것으로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된다. ◆442개 펀드가 담은 한미약품의 이상한 급등=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이상 펀드 중 지난 3월말 기준 포트폴리오에 한미약품을 편입한 펀드는 총 442개다. 이중 415개 펀드가 2월말 대비 한미약품 편입 비중이 늘어났거나 3월 들어 신규 편입했다. 투자 비중을 축소한 펀드는 단 27개뿐이다. 사실 한미약품의 주가 흐름만 살펴봐도 이같은 불공정거래 징후는 여러 군데서 포착할 수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만원을 밑돌던 한미약품은 3월 중순 들어 특별한 호재 없이 이상 급등하기 시작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19일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주일 전인 3월12일 한미약품은 특별한 이유 없이 상한가를 찍었다. 당시 거래대금도 3월1~11일까지의 평균치 대비 635% 폭등했다. 이때부터 기관은 3월19일까지 8거래일 동안 무려 558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이기간 한미약품 주가는 12만5000원에서 24만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3월19일 기술수출 계약 발표로 개인이 뒤늦게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기관은 20, 23일 246억원어치 물량을 떨어내며 차익을 챙겼다. 이때부터 증권가에서는 한미약품에 기관 세력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달 뒤에도 이어졌다. 한미약품은 지난 4월16일 자체 개발 중인 당뇨 바이오 신약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성분명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증하는 국제일반 성분명(INN)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소식이 전해지기 8거래일 전인 4월6일부터 4월15일까지 기관이 194억원어치의 물량을 사들이며 한미약품 주가는 연일 상승하기 시작했다. 막상 해당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고 개인의 매수세가 급속히 유입되자, 기관은 126억원어치 물량을 팔아치웠다. 이기간 한미약품 주가는 30만원을 돌파했다. ◆증권사들의 목표가 줄상향과 입단속=이후 한미약품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편입되면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줄상향이 이어졌다. 그러자 주가는 7월초 5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7월 말부터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70% 급감했다는 소식과, 하반기 제약ㆍ바이오주(株) 조정에 대한 여파로 주가가 30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하는 등 변동폭이 심했다. 하지만 3~4분기 들어 기관의 탄탄한 순매수 유입으로 주가는 단숨에 50만원대 중반까지 회복했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자 기업의 핵심 정보와 밀접해 있는 증권사 연구원이나 상장사 IRㆍPR 담당자 등은 입단속에 나선 모습이다. A증권사 연구원은 "솔직히 이 분야에 있으면 실행만 하지 않을 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한미약품 사태와 같은 일은)얼마든지 가능한건 사실"이라며 "항상 조심하는 편이지만 요즘 운용사 직원이나 펀드매니저는 이상한 소문이 돌까봐 가급적 안만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IR업체 한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건이 터지고 최근 식사나 술자리에서 은연중에 흘러나온 회사의 고급 정보가 투자전문가에게 흘러간 게 없는지 한참 생각해봤다"며 "평소에도 항상 조심하지만 요즘엔 술자리 등에서 더 입단속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이같은 수사가 기관 전체에까지 확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전정보의 이용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기업이 공시하기 전에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는 등 미리 정보를 입수해 투자한 사람들은 전부 처벌받아야 하는 것인가"라며 "기업과 기관이 직접적으로 짜고 하는 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이를 건너서 우연히 듣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인데 이를 모두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수사 대상에 오른 펀드매니저들이 증권사 연구원과 모두 한통속이 돼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며 "분명 간접적으로 정보를 접했을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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