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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0일 본인의 최측근인 조청명 포스코그룹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전격 보직해임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두고 그룹내 분란이 발생하자, 이 사건을 외부로 노출시켜 잡음을 일으킨 전병일 당시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경질한 데 이어 그룹의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있는 조 실장까지 보직 해임한 것이다. 일종의 문책(問責)성 인사다.조 전 실장은 권 회장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다. 권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과 동시에 그룹의 전략과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가치경영실을 조 전 실장에게 맡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조 전 실장의 경질을 두고 포스코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흔들림 없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자기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정으로 해석했고, 포스코 역시 "구조조정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전병일 당시 대우인터 사장을 쳐내기 위한 일종의 사전정지 작업이었다는 것이 18일 후속 인사에서 드러났다. 조 전 실장이 경질된 지 일주일 만에 포스코 계열사 중 하나인 포스코플랜택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 문책 차원에서 경질했다던 그를 중책인 계열사 대표이사로 다시 기용한 것이다.전 전 사장측에 서 있던 대우인터 직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우인터의 한 직원은 "(조 전 실장의 경질)직원들의 반발을 잠시 무마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적 처방이었다"며 "그룹 회장이 계열사 직원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조 전 실장)경질을 했다면, 최소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있었어야 하는데 일주일 만에 계열사 사장을 맡는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앞서 권 회장은 전병일 전 대우인터 사장에 대한 해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 사장과 대우인터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해명자료까지 내며 "그런일이 없다"며 덮어버리기도 했다. 이 때도 권 회장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며 비판이 거셌다.포스코그룹은 현재 대규모 구조조정과 험난한 경영쇄신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다.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권 회장을, 과연 어느누가 따라 나설지 의문이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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