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컨대, 삶의 노곤함과 고단함을 증언하는 인간의 원초적 행위는 바로 이것이다. 코골이. 잠을 잘 때 공기가 좁은 기도를 지나면서 목젖을 진동시켜 내는 소리인데 자잘하면서 규칙적인 음률부터 주변을 괴롭히는 소음까지 다양하다. 얼마 전 회사 엠티(MT)에서 체험한 코골이는 그 중간쯤이랄까. 새벽녘 부스스 잠이 깨었는데 좌측 15도에서 누군가 드르렁하니 우측 15도에서 다른 누군가가 드르렁하는 것이다. 마치 대화를 하듯 좌측 드르렁, 우측 드르렁이 주거니 받거니 환상의 복식이다. 런던 필하모니도 울고 갈 코골이 앙상블을 한동안 듣고 있는데 웬걸, 어느 순간 '드르렁 드르렁'이 '드러워 드러워'로 들리는 거다. 이 험한 세상이 꼴사나워 매미는 미움, 미움, 미움 울고 쓰르라미는 쓰라림, 쓰라림, 쓰라림 운다는 어느 시인의 감성을 능가하는 코골이 환청이라니. 도대체 저들은 무엇이 꼴사나워 드러워 드러워 하는 것인가. 그래, 사실은 우리 인생이 춥고 배고프고 피곤한 '찌질이 궁상 3종 세트'다. 대한민국 직장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애달프고 비애로운 일이다. 최근 설문조사를 보니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퇴근 후(또는 휴일 등)에도 회사 업무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주범이요, 카톡이 원수다. 올해 '근로자의 날'에 근무한 직장인은 10명 중 3명에 달했다. 근로자인 듯 근로자 아닌 근로자 같은 그들이다. 노년층 질환인 안면신경마비 증상에 시달리는 30~50대 직장인이 늘어나는 데 원인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다. 업무 스트레스가 쌓이는 데도 이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는 직장인도 2명 중 1명꼴이다. 다람쥐 쳇바퀴다. 직장인들은 오늘도 새벽같이 출근해 깨지고 터지고 읍소하고 열 받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회식이니 술자리니 밤늦게까지 전쟁을 치르고 복귀한 집에는 빨래와 청소와 설거지가 고지서처럼 기다린다. 어쩌다 연차를 쓸라치면 중요한 회의가 잡히고 주말 여행을 계획하면 출장 지시가 떨어진다. 그렇게 또 한 주의 월화수목금금금이 흘러간다. 피곤한 대한민국, 피로 증후군 환자 투성이다. 그러니 코골이 데시벨이 높아질 수밖에. 혀와 입을 움직이면 코골이 증상이 줄어든다는 브라질 의과대학의 최근 연구 결과가 반가우면서도 그러면, 그렇다면 직장인들의 피곤함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량적(Quantitative) 접근이 아닌 정성적(Qualitative) 묘책을 공개수배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