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그는 왜 단식 말리러 갔다 곁에 주저 앉았을까

유민아빠와 9일 동조단식 끝낸 뒤, '간기 없는 밍밍한 미음이 달았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내가 굶어야 그가 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단식은 이런 마음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9일 동안 광화문 광장에 머물러 곡기를 끊은 뒤에야 문 의원은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이 끝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문 의원과 김씨가 바랐던 세월호특별법은 아직 제정되지 못했다.문 의원은 지난달 19일 37일째 단식 중이던 김씨의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문 의원은 김씨에게 "내가 단식할테니, 이제 그만 두시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김씨가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문 의원은 그의 곁에 주저앉았다.환갑을 넘긴 나이에 단식에 들어간 문 의원은 본인 건강보다 김씨의 상태를 염려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단식 39일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험합니다. 단식을 멈춰야 할 텐데 말을 듣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모든 국민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등 김씨를 걱정하는 글로 채워져 있었다.문 의원은 지난 대선 제1야당 후보를 지냈고 차기 대선 후보로 여전히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런 무게감 있는 인물의 단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이후 다소 사그라들던 김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많은 정치인과 국민들의 동조단식의 기폭제가 된 것도 사실이다.
정치권 역시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문 의원의 행보에 주목한 새누리당은 그가 국회로 돌아와 여야 간의 원만한 합의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5일과 27일 두 차례에 걸친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가족과의 만남 성사 이면에는 그의 단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가 얻은 정치적 성과는 거의 없었다. 국회 내부에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은 채 광장으로 나간 것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 파기 논란 등으로 입지가 좁아질 대로 좁아진 당 지도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문 의원은 "그런 소리를 들을 때 정치하기 싫어진다"고 말했다.여론의 반응도 우호적이진 않았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문 의원의 단식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4%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64%는 부정적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를 제외한다면 남녀노소, 지역과 세대에 상관없이 문 의원의 단식을 긍정적으로 보는 계층은 없었다.28번의 끼니를 거른 문 의원은 지난달 28일 김씨의 단식 중단을 계기로 종료됐다. 문 의원은 단식을 끝내며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안 되고 있다. 저도 당도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단식을 마친 뒤 처음으로 음식을 접한 문 의원은 "간기 없는 밍밍한 미음이 달았다"면서도 "특별법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단식장을 떠나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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