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윤의 라커룸]정치인 체육단체장, '여운형 선생'을 배워라

국회의원 배지[사진=아시아경제 DB]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재 체육단체장을 겸하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은 스물네 명이다. 대부분이 3~4선 이상의 중진급 의원들이다. 겸직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다 보니 고참 의원이 체육단체장 직함을 갖는 일이 생소하지 않다.인기 스포츠 종목의 단체장을 지낸 의원들도 많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62)은 1993년부터 2008년까지 대한축구협회장을, 최경환 경제부총리(59)와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55)도 최근까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과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를 지냈다.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현역의원들의 외부 단체장 겸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금지 규칙안'도 소관 상임위(운영위원회)를 통과했을 뿐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발의된 법안인데, 당사자들은 한 걸음 물러나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다.이런 가운데 단체장을 겸하고 있는 몇몇 의원들이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에 오른 점은 매우 유감이다. 이렇게 되면 단체 운영과 해당 종목 선수들의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신계륜 회장(60ㆍ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입법로비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신 회장의 잘못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상반기를 뒤흔든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26) 선수와 김기정(24ㆍ이상 삼성전기) 선수의 도핑테스트 불응 파문도 짚어 보아야 할 문제다. 협회의 실무 라인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단체장이 협회를 제대로 챙겼느냐'는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체육단체도 때로는 정치가의 협력이 필요하다. 예산의 확보, 정책 입안과 추진 등 현실적인 문제를 모두 체육계 내부에서 자체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나 단체장의 지위가 정치인들이 누리는 특권이 될 수는 없다. 1944~1947년 대한체육회장을 지낸 몽양 여운형 선생이나 제3공화국의 실세 민관식 전 회장(1964~1971년) 등은 감투를 자랑하기보다 헌신을 통해 우리 스포츠 발전에 기여했다.seokyun198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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