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는 지금 '의류시장 각축전'

1조2000억원 시장에 타이틀리스트 연착륙, 나사 특허 소재까지 등장

최첨단 소재와 골퍼를 위한 패턴을 적용한 골프웨어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사진=타이틀리스트어패럴 제공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이렇게 비싸야 해?", "안 입은 듯 편해요." 골프의류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티셔츠 한 장에 20만원이 넘다 보면 당연히 비싸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골프라는 운동이 상류층의 스포츠라는 점에서 실제 가격을 오히려 높여야 잘 팔리는 아이러니도 빚었다. 하지만 이제는 골퍼들이 젊어지고 똑똑해졌다. 절대 막무가내로 사지는 않는다. 골프의류가 가격에 걸맞는 업그레이드를 시작한 이유다. 지난해 타이틀리스트가 어패럴을 생산하면서 시장의 판도는 물론 트렌드까지 급변하고 있다. 글로벌브랜드로 이미 전 세계 시장에 풋조이(FJ)라는 의류를 출시하고 있지만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그대로 살린 어패럴 라인을 별도로 런칭했다. 2011년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이 미국의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게 출발점이다. 휠라의 노하우를 살려 의류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불과 1년 만에 매출이 급성장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 올해는 연말까지 200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런칭 2년 차에 보기 드문 매출 신화"라는 업계의 반응이 나올 정도다. "한국과 중국, 일본에만 판매한다"는 전략부터 독특하다. "가격을 다소 비싸게 책정해도 수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큰 마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소재를 선택해 최상의 제품을 만든다는 모토다. 모이스처(보습) 기능 소재로 시원하게 해주거나, 스웨터 안쪽에 구리사를 넣어 열전도율을 높이는 등 첨단 과학이 가미됐다. 이번 가을에는 나사에서 특허 받은 체온조절 시스템 원단을 사용한 제품과 듀폰사에 보온단열 기능이 가미된 특수 소재가 등장했다. 가격이 비싸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경쟁사에서 옷을 구입해 소재를 뜯어보면서 연구에 돌입했다.골프웨어라는 기능성을 위해 소속 선수들의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했다. 아무리 예쁜 옷도 스윙에 불편하다면 투어에서는 절대 환영 받을 수 없다. 이동민(29)과 박준원(28) 등이 어패럴을 입기 시작해 한국프로골프투어(KGT)에서 이번 시즌 모두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 "옷이 달라지니 당당해졌다"면서 "웨어도 골프용품인 걸 알게 해줬다"며 호평했다. 매출의 60~70%가 남성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의류에 큰돈을 들이지 않던 남성들에게 먹히는 이유가 뭘까. 투어프로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타이틀리스트라는 브랜드 가치가 큰 몫을 했다. 골프공은 특히 2위와 압도적인 격차로 수십 년간 1위를 달리고 있다. 골프채는 상급자 타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정도다. 아마추어골퍼들에게는 옷으로 욕구를 채워줄 수 있게 된 셈이다. 관련업계 분위기도 달라졌다. 골프채와 골프공, 의류 등을 모두 생산하는 나이키골프와 아디다스골프, 코브라-푸마골프 등에서는 애초부터 스포츠웨어에 걸맞게 기능에 초점을 맞춰왔다. 한지원 나이키골프 팀장은 "골프웨어의 기본은 기능성"이라며 "최근 골프선수들이 셋업에서 어깨를 한 번씩 만지는 데 이럴 때의 거슬림조차 방지하기 위해 시접을 등 쪽으로 이동시키는 등 패턴에도 세심한 기술이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의류업계는 지난해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를 2조6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캐주얼웨어가 절반 이상이다. 사실 기능성보다는 스타일만으로 '골프웨어'로 분류된 경우가 많다. 화려한 색깔과 복잡한 패턴만 강조된 옷은 골퍼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골프업계서는 그래서 실제 필드에서 입는 옷을 '두잉(Doing) 골프웨어'로 분류한다. 1조2000억원 규모다. 골프웨어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지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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