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어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수습과 관련해 재난관리 시스템의 재설계와 안전의식 개혁을 포함하는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수립을 강조했다. 정 총리는 "민간의 안전 전문가를 참여시켜 혁명적 발상으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위기관리 매뉴얼과 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나선 것은 사후약방문이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당연하다. 문제는 재난 매뉴얼이 없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재난과 관련한 법이나 수천가지의 매뉴얼이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안전 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이다. 배가 침몰하고,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선박회사와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매뉴얼을 철저히 외면한 결과다. 여기에 더해 초기 현장을 책임진 해양경찰과 해양안전부서인 해양수산부, 재난관리를 맡은 안전행정부 등 정부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 배가 완전히 가라앉기까지 초기 2시간여 동안 허둥대면서 생명을 더 많이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대형 해난사고가 발생했는 데도 위기상황에서 일사분란하게 작동되는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법규상 안행부 장관이 본부장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있다. 그러나 대책본부는 탑승자는 물론 구조자 통계조차 오락가락했다. 현장을 책임진 해경이 해수부 관할로 유기적인 지휘체계를 갖추지 못한 탓이 컸다. 위계적 관료조직 문화가 강한 현실에서 수평적인 타 부처를 효과적으로 지휘하고 조정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뒤늦게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꾸렸지만 본부장이 총리에서 해수부 장관으로 바뀌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재난사고가 일어났을 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부처를 통제하면서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효율적인 협조체체를 구축해 대응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절실함을 이번 참사는 보여줬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대통령은 그 최종 책임자다. 대통령 직속의 재난 사태 위기관리 기구 설치를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9ㆍ11 테러' 이후 자연ㆍ인적 재난, 국가 보호 등 관련 22개 조직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해 국토안보부를 창설한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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