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부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위기감이 커진 때문이다. 전국 공공기관이 안고 있는 빚의 규모는 국가채무를 훨씬 웃돈다. 상당수 공공기관은 심각한 '부실'에 빠졌고 대책 없는 방만경영은 여전하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민간전문가 간담회에서 "부채 해소에 부진한 공공기관장은 임기와 무관하게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파티는 끝났다"고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질타한 데 이어 강한 공공기관 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공공기관의 부채와 개혁을 말하려면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규모의 급팽창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565조8000억원에 달했다. 국가채무 446조원보다 120조원 가량 많다. 특히 이명박 정부 5년간 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 등 12개 대형 공기업의 부채는 187조원에서 412조원으로 급증했다. 한층 심각한 문제는 빚의 질이다. 매년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 금융부채가 전체 빚의 75%를 넘어선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곳은 석탄공사ㆍ철도공사 등 5곳에 이른다. 원금상환 불능상태에 빠진 곳도 있다. 공공기관이 부채의 늪에 빠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공공요금을 현실화하지 못 했다거나, 구조적인 적자요인이 도사린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방만한 경영과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에 더해 정부가 떠넘긴 국책사업이나 정권의 공약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부채가 71조원이나 불어난 LH의 경우 신도시개발, 임대주택건설, 세종시ㆍ혁신도시 개발로 빚이 급증했다. 4대강 살리기와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떠안은 수자원공사도 그렇다. 공공기관 스스로 뼈를 깎는 혁신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정부가 변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를 쏟아내고, 정부예산으로 할 일을 떠넘기고,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등 정치성 짙은 사업을 추진하도록 만든 게 누구인가. 정부와 정치권이다. 그들의 반성과 개혁의지, 새로운 역할이 공기업 개혁의 첫걸음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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