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일감 몰아주기 입증 책임, 기업에서 공정위로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경제민주화 핵심법안의 처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 재계 등에서 과도한 옥죄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법안심사의 기준과 방향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부당내부거래(일감몰아주기)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려던 것을 부당행위가 확실한 경우로 좁히고 부당내부거래의 입증책임도 기업 대신 공정위가 1차적으로 지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박민식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18일 라디오에 잇달아 출연해 "대기업 내부거래 전부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편법적인 부의 세습을 적절하게 법 테두리에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감몰아주기의 기준을 완화해 폭넓게 인정하자는 내용은 논의가 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재벌이나 전경련에서 반발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의 입증책임을 기업에 두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부당한 내부거래냐 정상적인 내부거래냐의 1차적 판단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야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총수지분율이 30%이상이면 자동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런 개정안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검토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김용태 의원 역시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현재 논의되는 안의 부작용을 막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YTN라디오에 나와 "부당내부거래를 경제력 집중 및 강화에 해당하기만 하면 불법으로 간주한다는 법안이 통과되면 향후 앞으로 기업의 모든 내부 거래에 대해 공정위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칼을 쥐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간 내부거래는 한국만의 글로벌 경쟁력이며 부정해선 안된다"면서 "대신 기업의 편법이전, 몰아주기를 사전 제어하는 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밀려서 일방적으로 떠내려가다가 본격적으로 어느 것이 맞느냐에 대해서 논의의 장이 열린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법안소위는 전날 회의를 열어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위원간에 이견이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법안소위는 오는 19일 대기업ㆍ중소기업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들은 뒤 법안 심의를 이어갈 방침이다.그러나 7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이 교체돼 사실상 논의를 새로 시작해야 하고 안팎의 반발과 이견이 있는 상태다. 여야 합의간 의견접근이 이뤄져 처리가 유력시됐던 프랜차이즈본사의 횡포를 막는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가맹점 사업자단체 설립문제 등에서 이견이 불거져 처리가 유보됐다. 이날 박 대통령은 정무위와 기재위 여당 위원들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며 "(대기업의) 기술 탈취나 부당 단가인하는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이라고 벌주는 식의 때리기나 옥죄기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부당행위 전반에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묻도록 한 하도급법 개정안, 상장사 임원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경우도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용태 의원은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하는 것은 우리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되 필요하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니라 실손해배상으로 대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상장사 임원의 연봉공개와 관련해 여권 고위관계자는 "상당수 선진국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지만 우리와는 기업인에 대한 인식과 노사관계가 판이하게 달라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신중한 처리를 예고했다. 한편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 논란과 관련해 "재계가 경제민주화를 문제 삼는 것은 항상 그랬던 것 아닌가"라며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민주화로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성장이 더뎌진다'는 재계측 논리에 대해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라며 "재계는 언제나 성장을 구실로 삼는데 그 논리에 넘어가면 (정치권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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