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맥너니 보잉 CEO VS 앨런 맬럴리 포드 CEO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항상 그렇다.일 벌리는 사람 따로 있고 사후 수습 하는 사람 따로 있다. 시대 불문,나라 불문이다.미국 최대 항공기 회사 보잉의 차세대 여객기 ‘드림라이너’787이 1979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규제당국에 의해 운항중지 명령을 받은 ‘사고’가 이런 말에 딱맞아떨어지는 경우다. 착상과 초기 개발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퇴사해서 잘 살고 있고 뒤늦게 회사에 합류해 CEO에 오른 사람은 뒤처리를 하느라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
제임스 맥너니 보잉 CEO
바로 제임스 맥너니 보잉 CEO와 앨런 멀럴리 포드 CEO다.초기 사업을 지휘한 멀럴리는 포드차에서 정년퇴직을 기다리며 느긋하게 사는 반면,맥너니는 사후수습을 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도 언론에 나타나지도 못하고 나타나더라도 입도 제대로 벙끗하지 못하고 있다.맥너니는 본래 제너럴일렉트릭(GE) 사람이었다. 1982년부터 2000년까지 18년을 몸담았다. 그는 제너럴모터스는 잭웰치 뒤를 이을 인물로 꼽혔지만 제프 이멜트에 밀리자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2000년 대표이사겸 CEO로 3M으로 자리를 옮겼다. 맥너니는 2001년부터 보잉 이사회 이사로 합류했지만 보잉 CEO로 영입된 것은 2005년이었다.당시 해리 스톤사이퍼 CEO가 부하직원과 불륜을 일으켜 갑자기 사퇴해 영입됐다.한마디로 잘나갔다.
반면 멀럴리는 토종 보잉맨이었다. 그는 1969년 엔지니어로 입사해 항공개발부 수석부사장,부사장까지 역임했다.그는 본래 계획보다 비용이 두배나 든 보잉 777프로젝트를 성사시킨 데 고무돼 787 드림라이너를 구상하고 초기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당시 망설이던 해리 스톤 사이퍼 CEO를 설득했다. 그는 2003년 이사회에서 멀럴리와 드림라이너팀은 787프로젝트를 침을 튀겨가며 설명해 맥너니를 비롯한 이사회들로부터 만장일치 OK사인을 받아냈다.역시 이때까지 잘나갔다. 그러나 CEO 후보감이었던 멀럴리의 인생행보는 2005년 7월 맥너니가 CEO자리를 꿰차면서 달라졌다. 항공기맨인 그는 이듬해 9월 포드자동차로 가버렸다. 그의 뇌리에 드림라이너 787이 그대로 남아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보잉 787 드림라이너 인도 현황
드림라이너는 전기체를 탄소섬유복합물질로 만들고 전력계통을 개선하고 연료효율을 높인 차세대 항공기로 보잉의 신기술의 상징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주기된 일본항공소속 787 여객기의 리튬이온전지 화재후 비행정지된 50대의 787이 언제 다시 비행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비행이 지연되면 될수록 787 생산을 늘려 재무사정을 개선하려던 보잉의 계획도 꼬이게 마련이다. 이같은 위기에 직면한 맥너니는 간단한 성명을 내고 비행기는 안전하며 정부와 협력해 원인을 찾아내겠다고 밝혔다.맥너니는 1월11일 기자회견장에 레이 코너 상용항공기 부문 사장을 보내고 자신은 막후에서 미국 연방항공청(FAA)를 만나고 조사진행상황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전력계통에 대한 외부 전문가와 상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맥너니의 협력자들의 말을 인용해 드림라이너의 문제거리는 맥너니에게는 불가항력이라고 옹호했다. 멀럴리가 떠나자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공급체인과 설계 지연으로 드림라이너 인도가 무려 3년6개월 지연됐다.맥너니는 2006년 “마녀사냥하듯 문제를 찾고 있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그를 괴롭혔다. 인도지연으로 고객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했다.생산비용을 50억 달러로 맞추려던 계획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약 14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물론 이것은 인도지연에 따른 벌금을 뺀 것이다.멀럴리는 지난주 787에 대한 의견을 표시했다. 그는 “현재까지 6년간 나가 있었지만 787은 다른 보잉 여객기처럼 비행경험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그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예의상 발언 아닐까?사건 발생 3주가 지났지만 보잉의 투자자들은 비교적 차분하다.주가는 3% 정도 하락했다.과연 맥너니는 이번 위기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맥너니가 7년 반 재직하는 동안 주가는 약 14% 상승했는데 이는 보잉이 편입돼 있는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 상승률의 절반미만이었다고 지적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그는 18개월 전 이사들에게 자기가 65세가 되는 2014년 교체준비를 하라고 호언했는데 과연 정년까지 남아 있을이지 의문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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