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던 그 사과···이젠 지구촌 왕따가 두렵다

일본서 구글에 태블릿 점유율 역전당하고···아이폰, 살 사람은 이미 다 샀고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조목인 기자, 김재연 기자]아이폰5 출시 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던 애플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주가 700달러를 돌파하며 난공불락의 성(城)으로 여겨졌던 애플의 상황은 3개월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시장에 군림하던 애플이 아니라 턱밑까지 따라온 경쟁사들로부터 성을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애플로 바뀐 것이다.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고집해온 전략도 수정해야할 판이다.애플의 어두운 그림자는 곳곳에 드리워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가 지난 연말 일본에서 경쟁 제품인 구글의 넥서스7에 밀렸다고 보도했다.현지 시장조사업체 BCN의 디지털 가전 판매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글 넥서스 기종을 생산하는 대만 소재 에이서스는 일본 태블릿 PC 판매 점유율 44.4%로 40.1%에 그친 애플보다 앞섰다. 애플이 2010년 5월 아이패드 출시 이후 줄곧 지켜온 태블릿 시장 1위 자리를 놓친 것이다.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아이패드 미니 출시 행사를 여는 등 공 들이는 사이 애플은 시장을 잠식당한 것이다.
애플은 아이패드2 출시 이후인 지난해 3월 일본 태블릿 시장점유율이 70%에 근접했다. 그러나 아이패드 미니 발매에도 점유율 하락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는 가격이 크게 작용했다. 넥서스 7의 일본 내 가격은 16기가바이트 기준으로 1만9800엔(약 23만8000원)에 불과하다. 뉴아이패드(4만2800엔)와 아이패드 미니(2만8800엔)보다 저렴해 소비자들이 몰린 것이다. 애플은 기존 제품보다 싼 아이패드 미니를 내세우고도 가격 경쟁에서 진 것이다.아이폰5의 상황도 비슷하다. 애플에 정통한 투자업체 제프리스의 피터 미섹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현재 두 버전의 아이폰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아이폰5S, 다른 하나가 저가 아이폰"이라고 밝혔다.저가 아이폰 출시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다"고 전한 그는 "애플이 단순히 싼 아이폰보다 제조 단가가 적게 드는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나 LTE 기능 삭제로 제조비용을 낮춰 신흥시장 공략에 나섬으로써 시장점유율 확대로 연결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게 미섹 애널리시트의 설명이다. 다시말해 "고급 레스토랑으로 맥도널드와 경쟁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애플의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투자은행 퍼시픽 크레스트는 애플이 고가폰 전략의 수정 없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미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16일 퍼시픽 크레스트의 앤디 하그리브스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아이폰 시장이 애플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하그리브스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애플이 현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내년까지 아이폰 사용자가 3억7500만명으로 늘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그는 애플이 고가 전략을 앞세워 집중 공략해온 미국과 유럽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아이폰을 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모두 구매했다"는 것이다.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은 삼성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발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지난해 3·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1위는 점유율 34%를 차지한 삼성에게 돌아갔다. 2위로 밀린 애플은 16%에 만족해야 했다.일부에서는 애플이 지금까지 보여온 '혁신'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하그리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무한혁신을 창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스티브 잡스 사후 1년이 지난 뒤 선보인 아이폰5는 기존 제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판매 부진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패드 미니도 애플에 혁신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마이클 울프가 "애플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애플이 새로운 시장을 열었지만 여러 세대에 걸쳐 성공할 수 있는 비결까지 갖추지는 못했다"며 "애플이 지배적 위치를 지켜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하그리브스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1년 동안 애플의 적정 주가가 440~550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안 애플의 의미 있는 성장세를 이끌 혁신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애플이 기대를 걸고 있는 스마트 TV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백종민 기자 cinqange@조목인 기자 cmi0724@김재연 기자 ukebida@<ⓒ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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