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세금수입에서 3조원 정도의 결손을 내는 게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예산에 비해 그만큼 세금이 덜 걷혔다는 얘기다. 이런 대규모 세수결손은 정부가 당초 올해 예산을 짤 때 경제성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한 결과다. 이에 더해 국내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세계 경제침체 심화가 겹치면서 하반기 들어 경기가 급랭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세금이 덜 걷히자 정부가 재정지출을 억제하면서 '한국판 재정절벽'이 초래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공공사업을 중심으로 예산집행을 늦춰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당국이 예정된 지출마저 미루면서 공공사업을 담당한 중앙부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돈 가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대통령선거 때문에 국회의 내년도 예산 처리가 지연돼 내년 초 정부지출마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랭한 경기를 긴급히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재정은 거꾸로 경기를 더욱 냉각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거의 다 갔으니 이제는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함으로써 내년 초 정부지출 집행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새해 예산안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와 비슷하게 장밋빛 경제전망을 토대로 작성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국회의 예산심의 일정이 빠듯해 내년도 예산안을 대폭 수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지금의 한국판 재정절벽이 내년 초까지 계속돼 경기를 더 급랭시킬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대책이 요구된다. 이렇게 볼 때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쪽에서 요구하는 내년도 예산 6조원 증액에 대해 정부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 정부가 균형재정을 강조해 온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균형재정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무리한 억지 균형재정은 경제성장의 관성력을 떨어뜨리고 민생을 더 고달프게 만들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내년 초 적당한 시점에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단 선거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주장했던 10조원이라는 규모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거의 소실되다시피 한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을 다시 살려내는 데 적절한 추경 규모는 그보다 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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