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증가ㆍ동료간 경쟁 심화…사내 소문 증가세-정보 확보ㆍ험담 통한 스트레스 해소, 양면성 지녀-투명한 커뮤니케이션ㆍ구성원간 신뢰ㆍ에티켓 필요[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직장인 A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점심식사 후 들른 화장실에서다. 화장실에서 나오려는 찰라 자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험담을 늘어놓는 장면을 목격한 것. A씨가 '건방지다', '예의가 없다', '말대꾸 한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동안 부당한 지시나 대우를 받았을 때 속으로 삭히지 않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 문제였다. A씨는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가 앞에서는 웃으며 대하지만 뒤에서는 험담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일 할 맛이 나지 않았다"며 "일일이 해명하자니 소문을 키울까봐 한 귀로 흘려듣고 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만 모이면 소문이 탄생한다. 그리고 소문은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처음 탄생했던 상태 그대로이기란 쉽지 않다. 조직에 여러 사람이 모이다보니 말이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소문의 대부분이 험담이라는 점이다. 험담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상사ㆍ동료간 불신의 벽을 만들어 소문의 당사자나 조직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고 원천 차단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직장 내 소문을 생산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LG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직장 내 가십, 가볍게 넘길 대상 아니다'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알아본다. ◆직장 내 소문 증가세= LG경제연구원이 지난 9~10월 직장인 2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 가십(소문)이 증가하고 있다. 41%가 '과거 대비 요즘 들어 직장에서 가십성 대화가 증가하고 있다'고 답한 것. 과거에 비해 줄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소문의 소재는 주로 '상사의 리더십'(21%), '동료에 대한 뒷담화'(17%), '연예인ㆍ정치인'(16%), '보상ㆍ승진에 대한 불만'(14%) 등이었다.왜 조직 내 이런 내용의 대화가 늘고 있는지 물었더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디지털 매체의 발전에 따른 대화 소재 증가'(28%)가 1위로 꼽혔다. 이어 '해고ㆍ임금ㆍ승진 등 직장 불안정성 증가'(23%), '성과주의 강화로 동료간 경쟁 심화ㆍ질투 증가'(17%),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부족'(16%), '경영현황ㆍ인사제도 등에 대한 알고 싶은 욕구의 증가'(14%) 등의 순이었다.이처럼 조직 구성원들은 소문에 대해 즐겨 이야기한다. 영국의 한 조사기관(Mars Drinks Office Connections)의 설문조사 결과(2012)를 보면, 영국 직장인들이 하루 일과 시간 중 약 30분을 동료에 대한 대화를 나누느라 소비하고 있을 정도다.
◆직장 내 소문의 양면성= 조직 내 소문은 양날의 칼이다. 우선 순기능을 살펴본다. 위 설문조사 결과에서 왜 소문내기에 동참하는지 물었더니, '회사 상황과 타인에 대한 정보 확보'(31%), '뒷담화를 통한 감정 분출과 스트레스 해소'(24%), '동료간 친밀감 형성'(16%), '나의 불만을 타인이 알아줬으면 하는 욕구'(16%) 등 다양한 이유가 나왔다. 조사 결과처럼 소문은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파악하기 힘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사람과 뒷담화는 일하는 과정에서 억눌렸던 스트레스나 불쾌한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힘든 감정노동자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제3자에 대한 뒷담화를 하면서 동료 간 친밀감도 형성된다. 비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해 더욱 친밀한 유대 관계가 맺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소문은 당사자와 조직에 악영향을 끼친다. 구성원들이 상사나 동료 등 타인의 언행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 실제로 미국의 한 조사기관(Workplace Options)이 내놓은 조사결과(2010)를 보면, 직장에서의 업무 집중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상사ㆍ동료 등에 대한 가십'이 53%로 1위를 차지했다. '혹시 내 뒷담화를 누군가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오히려 불안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인 관계에 불신의 싹을 띄우고 더 나아가 건강한 조직 분위기를 가로막는다. 최병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타인을 험담하는 가십은 조직 내 폭력이나 보복성 가십을 야기하는 등 건강한 조직분위기 형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상대방에 대한 험담 등 부정적인 소문은 일종의 언어적 폭력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적 가십은 조직 내 다소 지위가 낮거나 상대적 약자에게 많이 행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 내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대상자가 자신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다른 동료의 단점을 비난하는 등 보복성 가십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건강한 풍토를 만들려면= 소문은 조직 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만큼 이를 강제적으로 막기란 힘들다. 따라서 소모적이고 부정적인 소문을 예방하는 식으로 소문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소문이 '알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신속하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전제돼야 한다. 조직이 경영과 인사 등 주요 현황에 대해 구성원들이 자의적으로 추측하기 전에 소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성원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하도록 신경도 써야 한다. 부정적인 소문 한 마디가 그간 쌓아온 탄탄한 신뢰 관계에 금을 만드는 탓이다. 상대방과 접할 기회가 적거나 제대로 이해할 만한 자리가 없다면 신뢰 쌓기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회식 자리나 단합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의견을 공유, 참여할 수 있는 조직 활동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좋다. 또 인사고과, 보상, 승진 등에 관한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면 "저 친구는 상사에게 줄을 잘 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식의 뒷말이 나온다. 경쟁과 성과주의가 강화된 현재 조직 내에서 동료와 비교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위상을 가늠해보려는 욕구가 심화되고 있는 터.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정적인 소문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최병권 연구위원은 "소문이 증가한다는 것은 조직 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라며 "조직은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어 하고 어떠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지, 상하ㆍ동료간 어떤 갈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해결하려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구성원들은 맹목적으로 소문을 내기 보다는 자신을 돌이켜 보는 자세를 갖춘다면 보다 조직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박혜정 기자 park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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