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굴산사지, 승려선방지·요나라 연호 명 기와 발굴

굴산사지 발굴조사구역 유구노출 모습.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강릉시 구정면 사적 488호 굴산사지에서 승려 선방지 등 7개 건물지와 배수로가 발굴됐다. 또 ‘천경삼년(天慶三年)’이란 명문이 새겨진 기와가 추가로 발견됐는데, 이는 고려와 요나라의 교류를 알려준다.문화재청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는 올해 굴산사지 발굴조사에서 총 7개의 건물지와 담장지, 계단, 보도시설과 배수로, 다리(石橋), 디딜방아 시설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굴산사는 강릉단오제(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의 주신(主神)인 범일국사(梵日國師)가 신라 문성왕 13년(851)에 창건한 영동지역 선종(禪宗)의 중심 사찰이다. 신라 하대 구산선문(九山禪門) 중 사굴산문(??山門)의 본산이기도 하다. 구산선문은 9~10세기 신라말 고려초의 사회변동에 따라 주관적 사유를 강조한 선종(禪宗)을 산골짜기에서 퍼뜨리면서 당대의 사상계를 주도한 아홉 갈래의 대표적 승려집단을 뜻한다.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709번지 일원 굴산사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이곳 발굴지는 약 3000㎡로, 1983년부터 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중원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발굴지에서 정면 5칸, 측면 2칸의 방형초석 건물지와 북쪽의 정면 6칸, 측면 4칸의 대형 건물지를 중심으로 동ㆍ서에 긴 행랑지가 확인됐다. 전체적으로 내부에 ‘□’자형 중앙정원(中庭)을 갖췄다. 특히 대형 건물지 내에 긴 장대석으로 만든 내부공간에 함실(函室, 조리시설이 있는 부엌과 달리 난방 전용의 공간) 아궁이가 여러 갈래의 고래로 연결되는데, 일부는 강원지역의 전통적인 난방시설인 대형 코클(벽난로의 일종)의 하부구조로 판단된다.건물지의 배치와 내부 온돌시설들로 볼 때 조사 구역은 굴산사의 승려들이 생활했던 승방지(僧房址)와 참선 등을 위한 선방지(禪房址), 기타 생활을 위한 부속시설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된다.

천경삼경 명 기와

지난해 시굴조사에서는 오대산 금강사의 명문기와가 발견돼 오대산 신앙결사의 실체가 고고학적 유물로는 최초로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천경삼년(天慶三年)’ 명 기와가 추가로 발견됐다. 천경이란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의 마지막 황제 천조제(天祚帝)가 1111년부터 1120년까지 사용한 연호다. '천경삼년'은 1113년을 가리키는 연대로서 동일한 명문와가 인근의 양양 진전사(襄陽 陳田寺)에서 보고된 바 있어 굴산사와 진전사가 1113년도 동일시기에 중수되었음을 알려주는 자료다. 또 이 명문와를 통해 고려와 요나라 간에 활발한 교류 관계가 있었던 것을 내포하고 있다. 연구소는 오는 13일 오후 2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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