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벌구조개혁 발 빼나…'절박한' 차별화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경제민주화 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했다. 박 후보는 8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안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대규모 정책 수정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야권 후보와 정책적 차이가 선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박 후보는 지난 주말 김 위원장으로부터 경제민주화 공약 초안을 보고받았다. 박 후보가 전달받은 초안은 ▲대기업집단법 제정 ▲계열사 편입심사제 ▲경제사범 국민참여재판 의무화 ▲대기업 총수 및 주요경영진 연봉 공개 ▲국민연금의 대기업 주주권 행사 강화 등의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당 주변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해 온 박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한만큼 공약으로 제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해 이견을 제기해왔던 이한구 원내대표와 강석훈·안종범 의원 등을 핵심 라인에서 배제하면서 김 위원장의 입에 관심이 쏠렸다.그러나 박 후보는 공약 발표를 앞두고 이 같은 경제민주화 공약 초안에 제동을 걸었다. 8일 경제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 지분의 처리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박 후보는 그동안 순환출자 처리방향에 대해선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의결권 제한은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를 유도하기 위한 중재안으로 인식돼왔다.이에 따라 경제민주화 공약 전반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너무 강하다고 평가받았던 내용들이 줄줄이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계열사를 만들기 위한 편입심사제나 공정거래위에게 지분조정명령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은 실효성 논란과 함께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재벌 총수의 배임·횡령에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방안이나 국민참여 재판을 의무화하는 내용은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외이사를 늘리는 방안은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이 다수 빠지는 대신 경제력 오남용 방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총선 때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 단가인하 등을 방지하고 골목상권 지키기,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을 강조한 바 있다.경제민주화 방향 선회는 김종인 위원장의 반발을 넘어야 실행될 수 있다. 박 후보가 이를 어떻게 관철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선거를 40일 앞둔 상황에서 후보와 공약책임자가 가장 중요한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고 대화가 없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도대체 공약 준비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수정될 경우 야권 대선주자와의 정책 차이가 명확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는 즉시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3년 유예 후 미이행시 해당 출자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10대 기업에 대해 출자총액제한제를 재도입하고 금산분리를 강화키로 했다.안 후보는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 화장단의 간담회에서 "정치권의 재벌개혁에 반대 의사만 표하기보다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안 후보의 재벌개혁안에는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이나 출총제 재도입 등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재벌 총수가 부당한 경영개입을 할 경우 행정당국이 그룹을 강제로 쪼개는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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