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중심지 '정동 1900' 특별전

1900년 당시의 파리 만국박람회장의 한국관 내부 모습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근대 서양외교의 각축장이자 새로운 문화의 산실이었던, 대한제국의 중심지 '정동'을 되새겨보는 특별전이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전시는 '정동 1900'展으로 오는 9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개최된다. 정동은 조선시대 주변부에 지나지 않았지만 근대기 서양열강 세력이 하나 둘 자리를 잡고 경운궁이 대한제국의 정궁이 되면서 근대사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각됐다.지난 1883년 미국공사관을 시작으로 각국 공사관이 들어서면서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성을 지니게 됐다. 1895년 을미사변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아관파천을 단행하고 이어 정동의 경운궁으로 이어한다. 서구열강들의 외교 각축장이 된 경운궁을 중심으로 자주독립을 열망했던 대한제국과 이땅에 처음 정착하기 시작한 서양인들은 낯선 공존을 이뤄갔다. 외교문물의 산실이며, 신문물의 발신지이자 선교와 교육, 의료의 기지로서 정동은 그렇게 존재했다.이번 전시는 이러한 정동의 역사성과 공간성을 살펴보고자 크게 '낯선 공존, 정동', ' 대한제국,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하다'라는 두 개 파트로 구성됐다. 첫번째 파트에서는 고종이 경운궁으로 이어하기 이전인 1890년대 초의 정동지역 모습을 최초로 공개된다. 관련 유물인 사진작품은 초대 영국공사 힐리어가 촬영한 것으로 힐리어 공사 후손의 소장품이다. 정릉은 조선 초 신덕왕후의 정릉(貞陵)이 있던 곳으로, 임진왜란 후에 선조의 행궁이 자리했다. 이어 고종이 경운궁으로 이어하면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등극했다. 확장된 경운궁에는 중층의 중화전이 중심에 자리잡고, 석조전, 정관헌 등 서양식 건축물이 다수 들어섰다. 전시에는 초기 석조전 도면(일본 하마마쓰 시립도서관 소장)과 ‘경운궁 중건 배치도’등도 비치된다. 또 여러 외국공사관들이 들어서자 그 주변으로 각국의 선교·의료·교육기관과 함께 외국인의 호텔과 상점들이 줄지어 개업했다. 이처럼 정동은 외국의 신문물이 새로이 유통되고 전파되는 장소로서도 기능했다. 프랑스 공사 플랑시의 훈장증과 임명장, 고종의 주치의 분쉬의 의료도구와 장림성당의 축성식 예식서 등이 이를 증명한다.

한불자전

두번째 파트는 고종이 프랑스 정부의 초청하에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대한제국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던 면모가 나타나는 장이다. 만국박람회는 20세기를 전망하는 국제적인 전시회로, 한국관의 전시품은 당시의 예술품을 비롯해 농업, 광산, 상업 등 다양한 산업의 생산품과 복식, 가구, 공예품까지 광범위했다. 이 중 대한제국은 식물성 농업식품 분야에서 그랑프리(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주한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은 "박람회장의 한국관은 대한제국의 문명을 한눈에 보여준다"고 평했다.전시에서는 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대한제국과 프랑스 정부 간에 오간 문서 기록과 모리스 쿠랑의 '서울의 추억' 등에 소개된 삽도 등을 바탕으로 한국관 내부모습을 재현했다. 또 한국관에 전시됐다가 박람회 폐막 후 프랑스공예박물관, 프랑스음악박물관 등에 기증된 도자기, 공예품, 가야금, 거문고와 프랑스국가기록원, 트루와미디어테크도서관에 소장된 한국관 도면 등 박람회 당시의 실물유물 38점이 함께 전시된다. 문의 724-0275~6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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