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전기자전거에선 '헛바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자전거업계 1위인 삼천리자전거(이하 삼천리)가 유독 전기자전거에서만은 맥을 못 추고 있다. 경쟁업체인 알톤, LS네트웍스 등이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삼천리는 2년전 모델을 '재탕'하는 데 그치고 있어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25일 자전거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천리가 올 하반기부터 생산을 재개한 2013년형 전기자전거 '그리니티'가 2011년형 모델과 거의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체인 커버가 바뀐 것을 제외하면 외관상 변화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알톤이나 LS네트웍스, 만도-마이스터 등이 기술개발을 통해 배터리를 프레임 안으로 집어넣고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를 채용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2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신제품이 나오지 않다 보니 신제품이 나왔음에도 홍보나 마케팅은 '언감생심'이다. 삼천리 관계자도 "하반기부터 새롭게 그리니티를 생산하고 있지만, 외관상 크게 바뀌지 않아 '뉴 모델'이라고 말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삼천리가 전기자전거 부문에서 뒤쳐진 이유로 소극적인 R&D 투자를 꼽는다. 올 상반기 삼천리의 연구개발비용은 3억39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은 지난 2010년 0.82%에서 지난 해 0.69%, 올 상반기 0.54%로 꾸준히 하락해 왔다. '첫 국산 전기자전거'라는 그리니티의 상징성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판매 실적도 초라하다. 지난 해 대리점 밀어내기를 통해 본사 재고를 소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지 않아 올해 상반기 중에야 겨우 대리점의 재고가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천리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알톤스포츠는 자회사 이알프스를 통해 지난 6월 새 전기자전거 4종을 출시하자마자 1000~2000대 사이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기자전거 하이런으로 잘 알려진 삼현 역시 지난해 5000대를 판매했다. 대기업들도 속속 전기자전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LS네트웍스가 지난주 바이클로 분당점에서 전기자전거 '토마'의 런칭행사를 가졌으며, 만도-마이스터도 하반기 내 전기자전거 '만도 풋루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조사기관인 일렉트릭바이크 월드와이드리포트(EBWR)에 따르면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은 1만대~2만대 사이로 추정된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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