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나눔'이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진 무엇인가를 주거나 제공하는 것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나눔은 제공자와 수혜자로 나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 외의 다른 사람과, 또는 내가 속한 이 사회와 관계를 맺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가깝다. 한 책에서는 '나눔'은 아무런 의미 없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과 조건을 생각하면서 이뤄지는 것'이라 표현했으며, 또 누군가는 나눔은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도 한다. 최근 이처럼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돌아보고 올바른 나눔 문화 정착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물질의 기부로만 표현돼 왔던 나눔이 재능기부와 같은 다양한 인적 나눔이 더해지면서 진정한 소통의 방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과학기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기관이 어떠한 것을 나눌 수 있을까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과학기술인과 기관이 가진 유무형의 자산 중 의미 있게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 중 가장 크게 나눔이 확산되고 있는 분야가 교육기부로 불리는 학생이나 일반인들 대상의 과학 교육 활동이다. 많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비롯한 과학기술 연구소들은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을 위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 현장 초청을 통해 과학 교과서에서만 보던 거대 연구 시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과학자들과 만남을 통해 멘토링을 받기도 한다. 도서지역이나 소외지역의 학생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과학체험 교실도 진행한다. 이러한 나눔 활동 역시 단순히 제공의 의미만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재승 교수가 트위터에서 자신이 지닌 재능을 나눌 것을 제안하며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만나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바 있다. 이 슬로건처럼 교육기부 또는 재능기부 활동은 아이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을 단순히 나눠 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나눠 준 지식을 시작으로 한 진정한 소통은 미래의 과학자를 포함한 미래 주역들로의 성장으로, 또 더 나아가서는 폭넓은 의미의 과학기술 인재 양성으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계가 나눌 수 있는 분야는 또 있다. 최근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연구과정에서 얻은 기술들을 중소기업과 나누고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출연기관들은 중소기업에 단순한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자체 기술개발 지원 서비스나 내부 기술의 공유를 통한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핵융합과 같은 융복합적 거대과학이자 첨단과학 분야는 중소기업과 나눔을 통한 상생과 동반 성장을 더욱 기대할 수 있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핵융합 연구 개발 단계부터 중소기업과의 협력 및 참여를 늘려 중소기업들의 첨단 기술 확보와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중소기업의 성장과 참여는 다시 첨단 과학기술 개발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고리형성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나눔은 분명 소통과 협동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다. 이제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는 '서로 간의 무한경쟁'에서 '나눔과 소통을 통한 상생'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가 나누는 1%의 씨앗이 누군가에겐 100%의 행복으로 커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훨씬 더 큰 열매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과학기술계 역시 교육 기부와 중소기업 동반성장 노력과 같이 지속적으로 나눔 문화 확산을 통해 보다 넓은 계층과 소통하고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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