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밤' 중세시대 사랑의 풍속도는?

중세의 뒷골목 사랑/양태자 지음/이랑/1만5000원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총각들은 중세의 기사를 흉내 내면서 한밤중에 지붕을 타거나 다락방 창문을 통해서 어렵게 처녀의 방을 찾아갔다. (중략) 이들은 함께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이었다. 만약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처녀의 방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함부로 하겠다고 난동을 피우는 총각은 마을 사람들에게 호된 처벌을 받았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중세의 유럽사에서 접하기 힘든 특이한 풍속이다. 독일의 뫼렌 지방에는 지금도 “결혼은 창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말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 '찾아가는 밤' 풍속은 중세시대 게르만족의 총각처녀들에게 널리 유행했다. '결혼을 도와주는 남자'풍속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이유가 남자에게 있을 때는 남편이 직접 이웃의 ‘결혼을 도와주는 남자’를 찾아가서 자기 부인과 잠자리를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대를 잇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중세의 사회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속이다. 이런 일을 치르고 난 뒤에도 도움을 준 부부나 도움을 얻은 부부 사이의 신뢰나 관계가 깨진 적은 없었다. 이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세의 뒷골목 풍경'에서 중세의 비주류 인생과 풍속을 소개했던 서양사학자 양태자 박사가 이번에는 중세인의 성(性)풍속사를 살펴보는 '중세의 뒷골목 사랑'(도서출판 '이랑'. 272쪽) 을 내놨다.저자는 '찾아가는 밤'과 '결혼의 도와주는 남자'와 같은 풍속이 중세시대의 보편적인 풍속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게르만족의 전통이 강하게 남은 지역은 남녀 간의 교제가 비교적 개방적이었지만, 최초의 법전인 '작센슈피겔'에 기록된 성희롱 벌금형의 사례를 보면 남녀 간의 스침만 있어도 단죄를 하는 지역 또한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성 문화가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확산 속도에 따른 차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리스도교가 일찍 전파된 지역은 종교가 인간의 우위에 서서 일상의 모든 것을 지배한 반면, 그리스도교의 전파가 상대적으로 늦은 지역은 그리스도교의 교리보다는 토착문화의 전통을 계승, 유지한 사람들이 더 많아 성 문화도 비교적 개방적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르만족의 결혼 풍속은 오늘날까지 전래된 것이 많아 중세 유럽 문화를 현재와 비교해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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