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죽이기 바로보자]오너의 막강 해외인맥이 경쟁력

이건희 회장, 日경제인과 친분…LED소재 사업 때 십분 발휘MK, 美中 고위층과 인연…현대車 해외진출 적극 활용[아시아경제 산업부] 재벌 총수들의 글로벌 인맥은 해당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 확대는 물론 민간외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영은 이들 재벌 총수들의 폭넓은 해외 교류를 통한 탄탄한 인맥이 없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9일 재계에 따르면 와세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도 일본 경제인들과 깊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에 복귀한 직후인 2010년 4월에는 일본 재계 주요 인사들을 서울 한남동 승지원으로 초대했다. 당시 요네쿠라 히로마사 스미토모화학 회장을 포함한 일본 재계단체인 게이단렌 인사들이 다수 이 회장을 찾았다. 이후 삼성과 스미토모화학은 신수종 사업인 발광다이오드(LED)용 핵심소재인 사파이어 웨이퍼 생산 공장을 공동으로 설립하기도 했다.같은 해 연말에 이 회장은 일본 도레이그룹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과도 만나 양사 간 협력관계 강화방안을 논의하는 등 수십년에 걸쳐 쌓은 일본 기업인들과 인맥을 비즈니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회장의 해외 인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더욱 넓어졌다. 세계 최대 거부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 올레가리오 바스케스 라냐 엠프레사리얼 안젤리스그룹 회장 등은 IOC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맺은 인맥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큰손인 중국시장을 뚫기 위해 과거 현대차의 해외진출 과정에서 쌓은 인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왕치산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자주 만남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도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우애를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의 미국 내 공장이 들어서 있는 앨라배마와 조지아 주지사와도 끈끈한 인맥을 과시한다. 정 회장이 갖고 있던 고로 건설의 꿈을 실현하는 데 큰 힘이 돼 준 에크하르트 슐츠 티센그룹 전 회장의 경우 유럽 출장 때마다 만나 서로 혜안을 구하는 관계가 됐다. 슐츠 전 회장은 수시로 정 회장과 연락을 취하며 고로 제철소 운영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세계경제포럼(WEF)을 필두로 한 탄탄한 글로벌 인맥을 자랑한다. 최 회장은 지난달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지역 포럼에 참석해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등 동남아 정관재계 지도자들을 만나 우리나라를 알리는 민간외교 활동을 펼쳤다. 최 회장은 잉락 총리와의 면담에서 SK그룹의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홍수 조기경보와 대응 시스템 구축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방콕 방문 때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WEF 총재와도 만나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과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SK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WEF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특히 최 회장은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WEF 연차총회인 다보스포럼에 15년째 참석하며 글로벌 인맥을 쌓고 있다. 다보스포럼의 아시아판으로 매년 중국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도 8년째 참석하고 있다.이외에도 최 회장은 중국 최대정유사인 시노펙의 왕티엔푸 총경리를 비롯해 아이크 바티스타 브라질 EBX그룹 회장,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사빅의 모하메드 알 마디 부회장, 엘마 데겐하르트 독일 콘티넨탈 회장, 푸청위 중국해양석유(CNOOC) 총재, 차이룰 탄중 CT그룹 회장, 렙솔 안토니오 브루파우 리우버 회장 등 각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수장들과 교류를 이어오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키우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평소 세계 각국의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ㆍ경제ㆍ스포츠 및 학계 지도자들을 만나 경제교류 및 우호협력을 다지고 있다. 단순한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민간 차원에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이다.특히 김 회장은 1984년부터 그리스 명예총영사를 맡아 오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초타키스 그리스 수상과 파판드레우 전 총리 등 각 방면의 지도자들과 폭넓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김 회장은 '그리스 명예 대훈장'과 그리스의 최고 훈장인 '휘닉스 대훈장'을 받아 민간외교의 공로를 인정받았다.또한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한국-그리스 수교 50주년을 맞아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과 파판드레우 당시 총리를 직접 예방해 양국의 경제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김 회장은 2000년 6월 출범한 한미교류협회의 초대의장으로 추대돼 한반도 평화 및 차세대 한미관계 증진을 위한 민간사절 역할도 수행했다. 김 회장을 포함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 리차드 워커 전 주한 미 대사, 박수길 전 국제연합(UN)대사 등이 이사진으로 구성된 한미교류협회는 미국 의원과 보좌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정기 세미나를 여는 등 한국에 대한 미국 입법부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민주화 등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이 있지만 재벌들이 해외에서 한국의 이름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재벌 총수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민간외교는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박민규 기자 yushi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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