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두운 디스토피아 사회 경고하며 각성 요구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놀라워라! 얼마나 뛰어난 창조물들인가! 인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멋진 신세계여!"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제 5막에 등장하는 미란다의 대사다. 외딴 섬에서 아버지와 자신의 하인밖에 모르고 살던 미란다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면한 순간 감격에 젖어 외친다. 그러나 미란다가 마주친 사람들은 동시대의 세련된 매너를 갖춘 사람들이 아니라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선원들이었다. 올더스 헉슬리는 셰익스피어의 아이러니를 '멋진 신세계'에 그대로 차용한다. '야만인' 존은 관광객에게 발견돼 문명사회를 마주하고 미란다의 대사를 외친다. 그러나 존은 곧 달려가 토하기 시작한다. 존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똑같이 생긴 수십명의 인간들이 기계를 운전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었다. 헉슬리의 1932년작 '멋진 신세계'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고전이다. 포드 T형 자동차가 처음 생산된 1908년을 원년으로 약 600년이 지난 후의 세계가 소설 속의 무대다. 모든 인간들은 태어날 때부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계급이 정해져 있고 난소를 적출해 아기공장에서 수십명의 쌍둥이를 한꺼번에 만들어낸다. 어떠한 인간적 개념도 없으며 모든 것은 공장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결말 또한 가능성이 없는 파국으로 흘러간다. 존을 비롯해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을 대중들은 '오류'로 치부하며 제거해버린다. '멋진 신세계'에는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른 뒤 파시즘의 태동을 지켜봐야 했던 유럽인들의 불안감과 절망이 담겨 있다. 헉슬리는 또한 자본주의의 포디즘이 인간성을 말살할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낸다. 이러한 사회 변화가 유토피아 소설의 전통을 끊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탄생시킨 것이다.

조지 오웰 '1984'

조지 오웰의 1949년작 '1984' 역시 디스토피아 소설의 걸작이다. 스탈린 독재 치하의 소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소설은 1984년 전체주의국가인 오세아니아, 동아시아, 유라시아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으로 그린다. 이 사회는 완벽한 감시사회다. 기록은 매번 수정되고 모든 집에는 현대의 CCTV나 도청 장치와 비슷한 감시 장치가 붙어있다. 독재자 '빅 브라더'는 국민들의 사생활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검열한다. 디스토피아 소설은 미래에 대한 낙관 대신 각성을 요구한다. 고도 성장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어떤 지향을 지녀야 할지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이후 영화와 소설 등 다양한 창작물에서 '신세계'를 회의하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시대를 넘나드는 상상력을 요구하는 SF장르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영화로는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등이 대표적이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김수진 기자 sjk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