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대우조선 사장, 청탁 전화 안받은 사연은..

외부 청탁 거절…내부서도 절차 무시한 직통 보고 금지시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늘쪽)이 취임 이후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선주사 관계자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지난 4월 취임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최근 자신을 국회의원이라고 밝힌 A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고 사장은 일면식도 없는 국회의원이었기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청탁전화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A씨는 세 차례 더 전화를 걸었지만 고 사장은 통화를 거절했다.고 사장이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무시하자 A씨는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에 연락을 취했다. 국회의원의 전화를 무시할 수 없었던 산은 담당자는 고 사장에게 전화를 받아 주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 파악해 본 결과 A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기업을 대우조선 협력업체로 등록시켜 달라는 청탁을 하려던 것이었다. 그러나 고 사장의 통화 거절로 무산됐다. 해당 국회의원은 18대 의원을 지냈지만 올 4월 총선에서 떨어졌다.고 사장은 이 같은 사실을 최근 고위 임원들에게 털어놨다. 그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길래 청탁이라고 판단하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원칙은 지켜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외부 청탁을 거부하는 솔선수범을 보인 고 사장의 투명경영은 회사 내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고 사장은 최근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직통 보고를 금지시키는 등 내부 기강 확립에 나섰다. 14일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고 사장은 취임 이후 각 부서에서 보고 체계를 무시한 채 본인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을 금지토록 지시했다. 부적절한 인사 청탁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특히 주요 안건들은 반드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 모든 업무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다.대우조선 고위 관계자는 "고 사장이 취임한 뒤 직통 보고를 없앴다"며 "업무 추진 과정에서 부적절한 청탁이 개입될 여지를 두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내부에서 적응을 못하거나 번거로워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들 적응이 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쯤 되는 대기업과 거래를 트면 해당 협력업체는 평생 먹거리 걱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청탁이 빈번할 것"이라며 "대기업 CEO라고 해도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의 강단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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