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미팅서 협력 가능성 언급..아이폰 도입 갈등 회복 기대감
이석채 KT 회장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이석채 KT 회장이 삼성전자를 향한 화해의 심중을 드러냈다. KT의 애플 아이폰 도입 이후 껄끄러웠던 양측간 관계가 회복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10일 KT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 회장은 사내 미팅에서 "기업은 어떤 때는 싸우고 어떤 때는 협력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한ㆍ미 관계를 거론하며 "우리와 미국이 언제나 사이가 좋지는 않았다"며 "안보도 때론 엇박자였고 무역 마찰이 일어날 때도 있었지만 다시 협조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KT가 애플 아이폰을 도입한 이후 악화된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는 게 미팅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기업이 사업을 하다보면 상황에 따라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일 뿐 언제든 협력이 가능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갈등이 지속되는 것이 양측에 좋지 않다는 이 회장의 심중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양측간 갈등은 2009년 11월 KT가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점화됐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보조금을 KT가 국산폰보다 더 지급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했고 KT는 삼성전자가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정부가 아이폰 국내 진출 시기를 적절히 조절해 삼성전자가 살았다"며 "아이폰이 빨리 나왔다면 삼성전자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하지만 이 회장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침에 따라 양사 관계에 해빙 무드가 조성될지 주목된다. 당장 삼성전자의 단말기 수급에 보다 긴밀한 협력 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2월 KT가 인터넷 망 사용 대가 요구 협상이 난항을 겪자 삼성 스마트TV 접속을 차단시킨 사태로 극에 달했던 갈등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이 회장은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팀쿡 체제의 애플에 대해서도 우려섞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스티브 잡스같이 비전을 세우고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 강력하게 끌고 갈 때는 (애플이)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그같은 인물이 부재시 (애플 내부의) 조정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진리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삼성과 애플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달라진 이 회장이 앞으로 KT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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