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 이영유 '봄날, 뒤의 봄날'

빨리 마시고/빨리 취하고/빨리 깨는/술, 없느냐//빨리 마시고/빨리 취하고/빨리 깨는/세월 노략질하다/뻣뻣하게, 두 다리 펴고/저승길 접어드는데//들꽃들 환하게 웃는/사이사이■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고 빨리 깨는, 그 욕망의 어이없는 사슬에 매달려 사는 요즘이다. 그거 미친 짓인 것도 알겠다. 그런데도 기쁘다 마시고 슬프다 마시고 힘들다 마시고 여유있다 마신다. 그렇게 허겁지겁 시간을 허송한 어느 날 갑자기 두리번거린다. 나, 지금 뭐하고 있지? 죽을려고 환장한 거 아냐? 두리번거린다. 들꽃들 환하게 피어있다. 이제야 그게 눈에 들어온다. 꽃 하나를, 꽃잎 하나를, 꽃잎의 결 하나를, 아주 오랫 동안 들여다본다. 지금 나의 문제는, 최소한 10분이라도 유심히 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영유는 그걸로 한방 때린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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