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에 '서민'은 없다

'리스크 관리 차원의 당연한 선택' vs '서민금융 역할 아냐'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서민에 대한 저금리 대출 보다는 우량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에 치중한다는 지적이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한 만큼 리스크 관리가 급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서민 금융기관' 이란 본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신한ㆍ우리금융저축은행 등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최근 신용등급이 5등급 이상인 우량고객 대상의 대출영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저축은행은 우량 직장인을 대상으로 대출한도 및 대출금리를 우대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중이다. 내부적으로 선정한 우량기업의 임직원이 주요 대상으로 최고 6000만원까지, 최저 연 9%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상품설명에는 '외감법인 이상 재직업체에 3개월 이상 재직중이며, 연소득 1000만원 이상인 내국인'이라고 명시돼 있다. 연소득 기준은 높지 않은 것. 그러나 구체적인 분류기준을 통해 정규직 공무원이나 국공립 교원,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뛰어난 직종으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밖에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에 재직중인 간호사 등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군장교(위관급 이상) 등이 포함된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 역시 비슷하다. 이 저축은행은 신용등급 1∼5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우수 직장인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금리는 최저 7.9%∼12.5% 수준으로 낮지만, 상담을 통해 종사하고 있는 직종을 까다롭게 심사받는다. 이 같은 보수적인 영업에 대해 일각에서는 '서민 금융기관'의 역할을 져버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저금리 대출이 필요한 자영업자나 대학생, 저소득 층 보다는 소위 '잘 버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상품 개발을 통해 저소득 층의 대출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의 경우 대출 대상이 사실상 시중은행 수준으로 까다로워, 각 금융지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과의 역할이 겹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해당 저축은행들은 각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부실운영으로 영업정지 된 곳을 인수해 출범한 만큼 당분간 보수적인 영업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비(非)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대표는 "서민금융의 역할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일단 리스크 관리와 시스템 정비를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현정 기자 alphag@<ⓒ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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