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지옥'이 된 인천도시철도2호선 공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이 '도시철도 2호선 공사'라는 '개미지옥'에 빠졌다. 시공에 참여한 지역 건설사, 인천시, 주민 등이 모두 도시철도 공사때문에 괴롭다. 지역 건설사들은 무리한 저가 수주 등으로 줄줄이 부도를 맞고 있고 인천시는 재원을 대느라 공무원 수당 삭감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몸살을 앓고 있다. 시민들은 잇따른 인명사고로 불안에 떨고 있다. 21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인천 지역 시공 실적 1위인 철근ㆍ토공 전문건설사 운양건설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운양건설은 지난해 시공실적 1360억원 규모를 자랑했지만 결국 지난 15일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하고 부도 사태를 맞이했다. 운양건설이 부도를 맞이한 배경에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도시철도 2호선 공사의 무리한 저가 수주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운양건설은 인천도시철도2호선 공사 16개 공구 중 201, 205, 206, 212 등 4개 공구에 하도급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대형건설사의 하도급가 후려치기에 의해 고통을 겪다 결국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운양건설 뿐만 아니라 인천 지역에선 최근 2년새 11개 사가 부도났는데, 대부분 도시철도 2호선 공사에 참여했다가 저가 수주ㆍ불공정 하도급 등으로 결국 부도를 맞이했다.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2호선 각 공구별 84개 원도급업체의 계약 총액이 1조3441억2500만 원 인데 122개 하도급 업체의 계약금액은 39.3%인 5283억500만원에 불과하다.지난 15일엔 한 하청업체가 인천시의회에 불공정 하도급 시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내는 일까지 발생했다. 203공구 공사에 하도급으로 참여한 태웅건설은 탄원서에서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이 405억8736만원에 공사를 따놓고 227억180만원에 하도급을 줬다. 건설산업기본법 상 하도급률 82%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재원을 조달하는 인천시도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인천시는 올해 세수 부족ㆍ부채 과다에 따른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맞춰 도시철도 2호선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전구간 동시 착공 등을 추진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인천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정부 몫의 3000여 억 원을 선투입해야 기간 내 공사를 마칠 수 있지만, 재원이 없어 최근 공무원들에게 까지 손을 벌렸다가 욕을 먹고 있다. 송영길 시장이 월 수당 90만원 자진 사감을 선언한 후 공무원 노조 측에 수당 삭감을 요구했지만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시와 공무원 노조는 20일 수당 삭감 문제를 협의했지만 노조 측이 협상 문서를 찢어버리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20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시민들도 안전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18일 202공구 주변 도로에 구멍이 뚫려 주민 1명이 사망한데 이어 지난 13일 202공구 공사장에서도 안전 관리 소홀로 차량이 공사장에 빠져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장 인근 주민 A(38)씨는 "발파할때 진동이 나고 소음ㆍ먼지가 심각하다. 도로를 지나갈 때마다 사고 때 인터넷에서 본 구멍 사진이 생각나 불안해 죽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의회 한 시의원은 "지나친 하도급 후려치기가 부실 시공ㆍ지역 업체 부도로 이어지고 있고, 주민들은 안전 불안에, 시는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공정 하도급 여부와 안전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며 지금이라도 재정 상황에 맞춘 공사 시기 조정 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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