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부자들의 대통령, 이젠 그만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소중한 우리의 서민 독자와 부자들에게.''부자들의 대통령'의 첫 장에 적혀 있는 말이다. 이 책은 지난 25년 동안 프랑스 상류층을 연구해 온 부자(富者) 전문가들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연구한 기록이다.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사르코지의 과두정치에 관한 연구'라는 부제가 이를 잘 말해준다. 미셀 팽송과 모니크 팽송. 이들 저자는 부부 사회학자로, 그동안 '고급 주택가' '부르주아 지역과 기업 지역' '부유층 사회 여행일지' '부르주아지 사회학' 등을 펴냈다. '부자들의 대통령'은 두 사람의 18번째 연구물이다. 이들은 여기서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 뒤 프랑스는 계급전쟁의 싸움터가 됐다"면서 "엘리트들의 음모에 맞서 이기려면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두(寡頭)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선 좀 더 결속력 있는 전선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게 팽송 부부의 설명이다. '부자들의 대통령'이 전하는 이야기는 2007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열렸던 축하연 장면으로 말이다. 상장 40대 기업의 대표들을 모아 가진 축하연 자리에서 사르코지는 이 '부자'들에게 선물을 건넸다. 새로 도입한 조세상한선을 넘는 부분에 대해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었다.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은 사르코지의 행보는 축하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공영방송의 광고를 폐지해 광고 수입이 민영방송으로 흘러들어가는 길을 열어줬으며, 정부와 공기업의 요직에 '부자'들을 앉히기도 했다. 금융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파리 도시확장계획도 추진했다. 국민들의 불만은 점차 커져갔고, 부자 감세정책으로 연간 재정적자도 늘어났다. 2001년 국내총생산(GDP)의 57%였던 연간 재정적자는 2007년 GDP의 64%로 증가했고, 2010년엔 84%까지 급증했다. '부자들의 대통령'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조세상한제와 부자들을 위한 면세, 공과 사를 구분 못 하는 대통령 등을 주제로 말을 풀어가던 '부자들의 대통령'이 내리는 결론은 사뭇 단호하다. 또 간결하다. 소수 특권 세력에 맞서려면 서민들이 나서 단단한 결속력을 가진 공동전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에 관한 연구를 담은 이 책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하다면 목수정 작가가 쓴 '추천의 글'이 답이 돼줄 것이다. 그는 이 책에 담긴 '한국 독자들에게 드리는 추천의 글'에서 "2012년 한국은 총선과 대선 등 부패한 부자 계급과 서민 계급 사이의 한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면서 "반면교사라는 말처럼 사르코지의 행적으로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문제의 해법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부자들의 대통령/ 미셀 팽송ㆍ모니크 팽송 지음/ 장행훈 옮김/ 프리뷰/ 1만4500원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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