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서민우대자동차보험' 왜 파리 날릴까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일반 자동차보험 가격보다 무려 17%나 싸 서민 가입이 크게 늘 것이란 금융당국의 홍보와는 달리 가입자를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판매실적이 미미하다.(이 상품을 내놓으면 혜택을 볼 서민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호기롭게 큰소리친 금융당국 그 간부들은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보험사들은 지난 10월부터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판매에 들어갔지만 그동안 얼마나 판매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판매실적을 물으면 각 보험사는 "실적이 너무 낮아 밝힐 수 없다. 너무 미미해 공개하기 그렇다" 등의 답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하도 답답해 단도직입적으로 "대체 판매를 안하는 것이냐, 아니면 판매가 안되는 것이냐"라고 물어도 난처한 표정만 짓는다. 그럼 도대체 왜 안팔리는 것일까?문제는 보험사 입장에서 볼 때 적극적으로 이 상품을 판매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위험률에 근거, 가격을 산출한 상품이 아닌 만큼 추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이 상품의 손해율이 급등할 경우 보험사가 그 손실을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한다. 물론 판매 이후 손해율이 높으면 1년 후 재계약시 보험료를 올리면 된다.하지만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탄생의 배경이 서민을 위한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 상승 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일반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손실을 떠넘길 수도 있다.(물론 그런 짓을 할 부도덕한 보험사 최고경영자는 없겠지만.)현재의 자동차보험판매 시스템이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판매에 도움이 안된다는(아니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설득력있다.통상 설계사들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데 서민우대 자동차보험 보험료에는 설계사 판매 수당이 빠져 있어 설계사가 이 상품을 팔 이유가 없다는 것. 설계사나 대리점에 지급해야할 비용을 모두 없애 보험료를 낮춘 상품구조 탓이다. 보험을 파는 설계사에게 떨어지는 몫이 없으니 판매가 될 리 없다는 얘기다. 결국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가입자가 보험사 지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가입해야 한다. 가격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접근하기 힘든 기형적 상품이 탄생한 셈이다. 그래서 '싼 게 비지떡'이란 비아냥까지 나온다.정부와 금융당국의 친서민 정책에 맞춰 개발된 보험사의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을 '생생내기'라고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왕 하기로 한 거 좀더 세심하게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각 보험사들이 사회공헌의 하나로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을 다루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조영신 기자 as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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