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삼공사-인삼농가 첨예한 대립 속사정
지난 3일 오후 대전 대덕구 한국인삼공사 본사 앞에서 인삼농들이 6년근 수삼 수매가격을 30% 인상하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
공기업이 이익을 많이 남기는 것을 좋아해야만 하는 것일까? 관계자의 실적 쌓기에만 열중하는 공기업이 공기업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일까? 한국인삼공사가 좀 이상해졌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잘나가는 공기업이지만 속으로는 고개를 가로 젖게 한다. 옛날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인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가 생각나는 것은 단지 인삼농가만의 생각일까?‘정관장’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삼공사와 인삼농가의 충돌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비가 내리던 지난 17일, 대치동 KT&G 사옥 앞에는 한국인삼공사의 불공정 수매 제도에 반발한 1500여명의 인삼재배 농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농민 이대식(62)씨는 “한국인삼공사의 농가에 대한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면서 “인삼공사가 과거 인삼 전매제도를 악용해 헐값에 인삼을 수매하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T&G가 100% 출자한 한국인삼공사는 국내 홍삼시장에서 점유율이 70%를 넘어서는 ‘독과점’업체다. 이런 공기업이 농민들에게는 인삼을 싸게 구매해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농민은 “이런 폭리가 아니라면 정관장이 어떻게 해마다 1000억원을 넘는 성장 기록을 달성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농가에게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원가를 낮춤으로써 인삼공사만 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이날 인삼농가들은 “오는 9월 인삼 수매 시 한국인삼공사에 6년근 수삼 수매를 거부하고, 계약재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이날 집회에 앞서 지난 8월3일 한국인삼공사 대전본부 앞에서 진행된 인삼 수매가 현실화를 위한 1차 규탄대회 이후 농가 대표단은 인삼공사와 꾸준히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돼 결국 다시 대규모 규탄대회를 갖게 됐다.특히 지난 16일엔 농식품부가 자리를 주선해 인삼농가와 인삼공사, 양측 대표단이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협상은 양측의 의견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 이 자리에서 인삼공사는 수매가 4.5% 인상에 장려금 지급 조건을 내걸었지만 농가측이 요구한 최소 인상분 23.7%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생산농가들은 17일 예정된 집회를 강행, 농가들의 분노를 알렸다.17일 규탄대회에 참석한 농가들은 인삼공사가 제시한 안은 무조건 수용불가라는 입장을 재차 알리며 농가들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농가 “독과점 지위악용 가격 후려치기”인삼농가의 주장처럼 한국인삼공사는 주력제품인 ‘정관장’ 브랜드를 바탕으로 해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6년 매출 4300억원, 2007년 5200억원, 2008년 6400억원, 2009년 7400억원, 2010년 8500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성장해왔다. 이러한 성장세는 한국인삼공사가 인삼재배 계약농가와 수삼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작계약서에 따르면 계약재배된 6년근 수삼의 수매 관련 사항은 인삼공사 대표 3인, 계약경작자 대표 3인으로 구성된 비상근 임기 1년의 ‘수삼수매협의회’에서 논의하게 돼 있다. 협의회의 의결은 재적위원의 3분의2 이상 출석 및 출석위원의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인삼공사 대표가 전체 위원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결 과정에서 인삼공사의 영향력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다. 인삼공사 측은 “계약 경작자 대표 3인은 선거로 뽑기 때문에 인삼공사에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삼농민들은 경작인 대표 3인은 인삼지역조합의 조합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인삼공사와 마찬가지로 조합들도 제조·가공·판매를 하는 수매자이기 때문에 수매를 하는 사람이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불공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사측 “지난 10년새 30% 올려줬다”한국인삼공사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2.9%씩 인삼 수매가가 올랐다. 10년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9%로 30%에 가까운 상승폭이 된다”고 밝혔다.하지만 농민들의 주장은 다르다. 한 농민은 “공사 측은 지난 10년간 연도별 인삼 수매가격(kg당 농가수취가격)이 연평균 2.9% 인상돼 왔다고 주장하지만 해마다 소비자물가지수보다 6.1∼18.0% 낮게 형성되어 왔다”면서 “2005년 이후의 농가수취가격은 2005년 수매가격보다 0.9∼2.6% (kg당 350∼1020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인삼공사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6년근 수매금액이 각각 2340억원, 2434억원이지만 매출 실적은 2009년도 7467억, 2010년도 8428억원이나 됐다. 또 2009년도 1621억원, 2010년도 1739억원 등 6년근 수매액의 절반이 훨씬 넘는 순이익을 남겼다.지난 17일 대규모 인삼농가들의 한국인삼공사의 불공정 수매 제도에 대한 규탄집회 이후 인삼공사는 “오는 24일 농가대표들과 3차 협상을 준비 중”이라면서 “인삼공사가 내놓은 절충안은 ‘4.5%+알파’다. 4.5%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고 플러스 ‘알파’는 올해 이상 기후 등 지후 조건이 좋지 않는 부분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산공사 측은 “농가가 30% 가까운 인상폭을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협상이라는 것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하는 것이지만 한 번에 그렇게 큰 폭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밝혔다.인삼공사는 8월26일 현재까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난 24일 3차 협상은 서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이야기 하자는 취지로 서로 협의해 8월31일 협상하기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매년 1000억원의 매출신장과 원료인 인삼수매가의 절반 가까운 수익을 얻는 한국인삼공사의 셈법이 과연 공기업으로 적절한 것이지 의문이다.이코노믹 리뷰 한상오 hanso110@<ⓒ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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