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간 아물지 못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10일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나눔의 집'에서 만난 이옥선 할머니.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으며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1.이옥선(85ㆍ사진)할머니는 요즘 위안부 시절 일본군에게 칼을 맞았던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날이 궂으면 칼자리가 아프고 쑤신다. 16살 어린 나이에 중국 연길 비행장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갔던 그는 옷을 벗지 않겠다고 고집하다 강제로 눕혀 일본군의 칼에 옷이 찢기고 몸까지 찢겼다. 칼을 맞은 몸에서 피가 흐르는 상태로 그는 겁탈을 당했다. 그날 그는 몸과 마음이 함께 찢겼다. 여러 일본군을 상대하며 그는 성병에 걸렸고, 매독균을 치료하겠다며 일본군이 그의 자궁에 수은을 씌워 17살 어린 나이에 불임이 됐다. 해방 후 결혼을 하고 살림을 꾸렸지만 22년이 흐른 지난 1975년 자궁에서 출혈이 일어나 급히 병원을 찾은 그는 자궁암 진단을 받아 자궁을 들어냈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가난한 시절, 학교에 다닐 수 있게 양딸로 데려가겠다던 달콤한 거짓말이였다. 지금도 그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집'에서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고 하루 24시간을 보낸다. 누구의 말도 믿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2. 김화선(86) 할머니가 즐겨보는 것은 케이블 TV의 이종격투기 프로그램이다. 이종격투기 선수들이 주먹을 주고받으며 피를 흘리는 것을 보며 그는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맞고 피 흘리는 것을 보면서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게 해 주겠다'며 자신을 위안부로 팔아 넘긴 사람들과 자신에게 폭행과 핍박을 퍼부었던 일본군을 때려주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이따금씩 "일본군이 나를 잡으러 온다"며 한밤중에 꾼 악몽을 현실처럼 얘기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8ㆍ15 광복절이 찾아왔다. 66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 때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아직도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다. 올해도 정치권이 나서 일본으로부터 명예회복을 위한 배상 등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육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10일 오후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퇴촌농협 2층 강당에서 근처 나눔의집 등에 머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서울대학교병원ㆍ농협중앙회와 손잡고 '찾아가는 무료 이동진료'를 실시한 것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당초 소식을 듣고 진료접수를 한 10명보다 턱없이 부족했다. 5명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이동진료 현장을 찾은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상처는 '비통한 역사' 그 자체라며 결국 잘못된 역사를 치료해야만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부가 베푼 의료봉사는 그들의 상처를 달래기에 역부족이었다. 정부의 손길을 거부한 할머니들의 심정은 진료접수를 하고도 현장에서 끝내 진료를 포기한 배춘희(89) 할머니의 말에 잘 나타났다. 지난 주 서울 아산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기로 했다가 "누구에게도 내 몸을 맡길 수 없다"며 수술을 포기한 배 할머니는 같은 이유로 이 날도 진료를 거부했다. 수치심과 비통함은 이들의 허탈감을 키웠고, 마음의 상처는 불신을 부채질했다. 일본군의 칼질에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에 상처를 입은 김군자(87) 할머니는 "그때 아프고 피가 흐르던 장면은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생생하다. 몸의 상처가 아물어도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는 말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요사이 무릎이 아파 급한대로 관절약을 처방받은 이옥선 할머니, 심장약을 처방받은 김화선 할머니도 "우리 마음에 난 상처는 어찌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 겸 경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내면 상처는 무엇보다 깊어 아무도 믿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심지어 나눔의집에 거주하는 8명의 할머니들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하고 나누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할머니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의 불명예스런 과거를 청산하고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가 컸는데 매번 실망하게 되자 '절대적 불신'은 더욱 강해졌다"며 "점점 고령화되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자신들이 죽고 나면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 일본이 말하는 대로 자신들이 접대부로 영원히 전락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자주 표현한다"고 전했다.박은희 기자 lomorea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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