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중국 우광고속철도(사진=연합).
중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샤오캉(小康) 사회란 표현이 있다. 먹고 살 만한 중산층의 경제 생활을 의미하며, 중국 정부의 국민경제 목표이기도 하다. 즉,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가끔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도의 사회다.동부 지역은 이미 수많은 부자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의 생활 수준도 많이 개선되었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훌쩍 넘는 곳도 많다. 그러나 중서부는 아직 2000~3000달러를 넘지 못하는 도시들이 넘쳐난다. 중서부 지역의 경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그토록 염원하는 샤오캉 사회는 맛볼 수가 없다. 거시경제의 지속성장도, 2020년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에 올라서는 것도 중서부의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중서부 개발은 국토 균형발전이란 정책적인 차원 이상의 경제적 중요성을 갖는다. 중국 정부도 중서부 개발에 당연히 적극적이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기본이며, 동부 연안의 주요 기업들을 내륙으로 유도하는 정책들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2007년부터는 중서부 지역 일부 성들의 경제성장률이 동부 지역을 앞서고 있다. 기업들의 경제활동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세금의 증가율도 중서부가 동부를 앞섰다. 지난해 동부는 21.1% 증가했지만 중부는 23.5%、서부는 29% 증가했다. 중국 인민대 경제연구소는 최근 “GDP, 소비, 투자의 중심이 동부에서 중서부로 이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두잉(杜鷹)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도 “서부대개발과 중부굴기로 지역경제 불균형 문제가 다소 개선되었고, 12.5규획 기간에 지역경제 발전은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중부 내수시장은 우한(武漢)에서 시작중국의 중부 지역은 후베이, 후난, 산시, 허난, 장시, 안후이 등 6개성을 일컫는다. 과거엔 중원을 정복해야 진정한 천하통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정치적 지역에 속했으나 1980년대 이후는 낙후된 경제지역의 대명사로 추락했다.그러나 2006년 중부굴기(中部堀起)가 중국 정부의 국가전략으로 정식 채택되었고, 2009년엔 국무원이 ‘중부굴기 촉진계획’을 통과시키면서 경제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서 내수경기의 확대정책이 결정됨에 따라 2015년까지 중부 지역의 화려한 변신이 기대된다.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이 수출 지향에서 내수 촉진으로 바뀜에 따라 거대 내수시장으로 부상하는 중부 지역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부 6개성의 면적은 중국 전체 면적의 10.7%를 차지하며 인구는 약 3억6100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30%에 육박하는 수치다. 중부 지역에서 경제개발 중심 지역으로 떠오르는 곳은 후베이성의 우한, 허난성의 정저우, 후난성의 창사 등이다. 우한이 먼저 글로벌 경제도시로 성장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주변 도시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한은 벌써 중국의 경쟁력 있는 10대 도시에 포함될 정도로 급속 발전하고 있다. 우한의 급성장에 불을 지른 것은 고속철도다. 상하이, 광저우,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까지 고속철도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2009년에 개통한 우한~광저우 간 고속철도는 세계 최장 1068km의 노선을 자랑한다.우한시에 걸려있는 두산인프라코어 간판. 중서부 개발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서부대개발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할 충칭시.<br />
잠재력 무한 마지막 미지의 땅 서부내륙항을 갖추고 있는 우한은 전통적으로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으며, 최근엔 국내외 기업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의 전자업체인 폭스콘이 일찌감치 둥지를 틀었으며, 2014년까지 종업원 10만 명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이밖에 중부의 내수시장을 겨냥한 대만의 유명 식료품 회사들은 물론 NEC, 필립스 등 가전제품 회사들도 우한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인구의 30% 이상이 거주하는 중부 내륙의 소비시장이 폭발한다면 그 중심지역은 우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지난 2월 춘절(春節) 기간 동안 동부 지역의 회사 간부들은 서부 지역 고향으로 돌아 간 근로자들이 다시 복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의 시간을 보냈다. 결국 연휴가 끝날 무렵 회사 버스를 근로자들의 고향까지 보내 회사로 실어 나르는 눈물겨운 수송작전이 실시되었다. 근로자들 입장에선 굳이 외지로 다시 나가지 않아도 고향에서 쉽게 취업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지역 관공서들도 기차역 등에서 복귀하려는 근로자들을 고향에 남기려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인력 부족 탓이었다. 1979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선부론(先富論)에 따라 동부 연해지역 위주로 경제 발전이 진행되었지만 이젠 서부 지역 포함 전 지역을 균형적으로 개발해야 된다는 요구가 거세다. 섬서성의 셰둥강(謝東鋼) 전인대 대표는 지난 3월 전인대 기간에 ‘서부대개발촉진법’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서부개발특별자금 설립, 중앙은행의 서부발전 지원 특별 대출정책 마련 등 구체적인 조치를 법안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중국 정부도 작년부터 10년 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서부 지역의 인프라 확충, 특화산업 육성, 내수 촉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전 지역의 개혁개방이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후진타오 주석도 작년 서부대개발 10년을 되돌아보며 “서부 지역 경제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 목표 실현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서부대개발의 중심축은 쓰촨성과 충칭시다. 철도, 고속도로, 공항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진 탓에 동부연안 도시와 신장, 칭하이, 티베트 등 더 낙후된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개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충칭과 청두를 아우르는 ‘청위경제권’은 그 동안 중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장강삼각주와 주강삼각주에 버금가는 경제 동력이 될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