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물가쇼크'다. 2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5%나 올랐다. 1월 4.1%에 이어 2개월째 연속 4%대를 유지하면서 2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수산물에 이어 전셋값이 뛰더니 국제 유가도 급등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경제 전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걱정이 앞선다. 어제 정부는 물가안정 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올 들어 장ㆍ차관급 물가대책회의만 11번 열렸지만 비슷한 내용의 재탕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매주 열리는 물가안정회의와 별도로 앞으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물가점검 회의를 갖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물가 컨트롤 타워를 격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 불안이 2분기 이후에는 차츰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 밀가루, 설탕 값의 인상이 예고된 상태고 수도료, 전기료와 같은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리비아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두 세 달 뒤부터 본격 반영될 것인데 어떻게 안정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윤 장관은 또 "최근의 물가상승은 공급 측면의 불안요인에서 주로 기인한 것이지만 소득증가 등에 따른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곡물ㆍ원자재 가격 급등, 이상한파와 구제역 등에 이어 수요압력으로 물가가 오를 기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차관도 "상반기 경제정책의 주안점을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말했다. 성장과 물가에 양다리를 걸치던 정부가 안정으로의 정책 선회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물가에 인플레 심리가 가세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기대심리를 낮춰 수요를 줄여야 한다. 성장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환율도 낮추고 긴축에 나서 경제의 고삐를 다잡아야 한다. 그동안 업체들을 불러 우격다짐으로 가격을 누르려 했던 정부의 시도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솔직하게 올해 3% 물가 목표가 사실상 물 건너 갔음을 인정하고 정공법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국제 유가 급등이란 통제 불능한 외생변수에 책임을 슬쩍 떠넘기며 물가 앙등을 합리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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