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 관한 한 월급쟁이는 '봉'이다. 유리지갑으로 불릴 만큼 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에 소득탈루나 탈세는 언감생심이다. 그런 중에도 신용카드 소득 공제 등으로 연말 정산 때 세금을 환급받는 게 작은 위안거리다. 실제 2009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때 전체 직장인 1425만여명의 40%가량인 568만7000여명이 카드 소득공제로 1조3903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이 같은 카드 공제혜택을 받기 어렵게 됐다.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해 자영업자 등의 탈세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1999년 도입된 카드 소득 공제 감면 제도가 올해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들의 주요한 세금 감면 혜택이 없어지는 셈이다. 정부는 카드 사용 문화 정착으로 제도 도입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데다 재정건정성을 높이기 위한 세수 확보 측면에서도 폐지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공제 혜택을 줄여온 것도 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수 확대의 대상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카드 소득공제가 없어지면 현재의 세율을 기준으로 할 때 봉급생활자들은 내년에 1조1818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과세 표준 3000만원 이하의 봉급생활자가 9414억여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되는 등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게 중산층 이하 서민계층이라는 점이다. 왜 카드 소득공제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1만여명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직도 카드 사용의 사각지대는 많다. 카드 공제를 폐지하면 사용이 줄어 그만큼 세수 감소를 부를 것이다. 전문직 고소득자나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률은 여전히 60%를 밑돈다. 더구나 법인세 인하 등 기업에는 세제 지원을 늘리려 하는 상황이다. 경기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친서민 정책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세원은 넓히되 개별 세부담은 낮추는 게 옳은 방향이다. 카드소득 공제 폐지를 재고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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