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비상] 농산물 가격 폭등에 재래시장도 '썰렁'

사과·배 가격 급등 … 가락시장 애호박 물량 동나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김영식 기자, 정선은 기자, 지선호 기자, 천우진 기자] 농산물 가격 급등은 서민들이 많이 찾는 재래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름 폭염과 잦은 비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해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물량이 달리고 가격도 연일 치솟고 있다.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 청과공판장은 산지에서 올라온 물량이 없어 썰렁하기까지 했다."하도 더워서 배추가 다 녹았나보네." 31일 서울 마장동 경동시장에서 만난 50대 주부는 채소 가격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녀는 "채소는 말할 것도 없고, 과일도 비싸긴 마찬가지다"고 토로했다.경동시장의 한 과일 판매상은 "올해는 수박과 배가 특히 많이 올랐다"며 "꽃이 필 때 우박이 내리고 수확할 땐 비가 내려서 작황이 나빴다"고 말했다. 여기서 판매되는 수박은 1kg당 3000원인데 작년에는 같은 무게가 2000원 가량이었다.그는 "가끔 시장에서 매우 싸게 파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올해 날씨가 습해서 무른 과일이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부는 "작년엔 수박이 큰 게 하나에 1만5000원에서 1만8000원 하던 것이 올해는 작은 게 2만9000원, 3만원까지 한다"고 말했다.복숭아는 12개 들이 1상자에 1만8000원 하던 것이 올해는 2만2000원, 올해 수확한 배는 1개에 3000원을 줘야 살 수 있었다.황학동 중앙시장의 청과물 상인은 "산지에서 물량이 모자라 전반적으로 많이 올랐는데 사과와 배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채소 가격도 오르긴 마찬가지였다. 가락동농산물시장에서 25년째 채소 도·소매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 할머니는 "바로 1주일 전에 2000~3000원하던 쪽파 1단을 오늘은 7800원에 팔았다"고 운을 뗀 뒤 "채소 가격이 원래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 변동이 심한데 지난 주에 비가 많이 와 공급이 많이 모자르다"고 덧붙였다. 이곳 가게에서 5년째 거래를 하고 있다는 50대 식당주인은 "미나리 가격이 말도 못해 2000원하던 미나리가 5000원이다"며 "여기(시장상인)는 가격이라도 매일 달리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채소 값 오르면 앉아서 밑지는 거"라고 토로했다.애호박은 가락시장 전체를 돌아다녀도 찾기 힘들었다. 가판에 두 세 개씩 애호박을 꺼내 놓고 팔던 한 소매상인은 "지난 주보다 값이 두 배가 올라 20개 들이 1상자에 3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수산물 중에서는 오징어가 가장 많이 올랐다.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폭우가 쏟아지기 전 무더운 날씨 탓에 2달 전까지 오징어가 잘 안 잡혔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작년에 3마리에 2000원하던 오징어가 올해는 3마리에 5000원을 호가 한다.수산물도 올 초에 나타난 이상기온 영향을 톡톡히 받았다. 방배동에서 노량진수산시장까지 생선을 사러 온 주부 권명숙(55) 씨는 "문어 값만 해도 지난 설 때보다 30%는 오른 것 같다"며 "추석 때는 설보다 돈이 더 들겠다"고 말했다. 이문동에서 온 주부 왕연옥(37) 씨도 "생선 값이 너무 비싸다"며 선뜻 지갑을 열지 못했다. 저녁상에 생선을 올리지 못한지도 꽤 오래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홍보팀 김덕호 씨는 "올해 4월까지 날씨가 추워 어장형성이 안 되는 바람에 고기가 덜 잡혔다"며 "9월이 다 됐지만 아직도 그 여파가 남아있다"고 말했다.실제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팔리는 조기는 마리당 지난 해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다. 작은 것들은 한 무더기에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뛰었다. 갈치도 마리당 1만5000원으로 석 달 전보다 2000원이나 올랐다. 가락동 한 축산물직판장의 정육점 상인은 "요즘 채소가 공급 부족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이 변하지만 고기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한우 1등급 구이용 등심은 1근에 3만5000원으로 몇 주 사이에 뚜렷한 가격 변동이 없었다. 이 상인은 "추석이 임박해 찾는 사람이 늘면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닭고기 가격 역시 최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1kg에 3800원하는 생닭 한 마리가 4000~5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다. 한 상인은 "올 상반기 월드컵으로 닭 수요가 증가해 작년보다는 가격이 올랐다"며 "이 가격이 연초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김영식 기자 grad@정선은 기자 dmsdlunl@지선호 기자 likemore@천우진 기자 endorphin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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