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섣부른 정책' 모두를 울린다

정부의 대기업 압박 강도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주요 부처 장관,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대기업들이 일자리 창출과 투자,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때맞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납품단가 인하 등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하고 있고,이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부터 현장조사에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고, 이로인한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고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협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각 개별 중소기업들에 공정위의 공문이 속속 접수되고 있다.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 가격에 일부라도 반영되고 있는 업체는 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소기업 사장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섣불리 혀를 잘못 놀렸다가 대기업의 미움을 사게되고 자칫 거래 중단으로 기업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걱정과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어느 기업이 어떤 식으로 설문조사를 했다는 내용이 한두달 지나면 낱낱히 밝혀진다는 게 중소기업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소기업들의 재무제표와 회계장부 공개까지 요구하는 대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최근 외국계 기업하고 거래를 하고 있는데, 본사의 영업이익 장부를 소상히 보여주는 성실함에 감동을 받았다며 기존 대기업과의 거래를 끊고 지속적으로 외국기업과 거래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이번 공정위의 실태조사가 실효를 거둘 지 강한 의문이 든다. 이벤트성 행사에 불과하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CEO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될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중소기업을 살리자라는 구호는 매 정권 때마다 나온 얘기다. 건강와 웰빙을 챙기자는 영원한 테마와 같이 정부정책의 감초가 된 지 오래다. 정부의 대기업 압박에 재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번 것보다 더 투자했는데, 왜 이러지" "정부 방침대로 투자도 많이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했는데…""납품 단가 후려치기, 과장됐다" 여기저기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모든 일이 그렇듯 잘못됐으니 바로 고쳐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이 섰을 경우 곧바로 시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사전 현장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 시행시 초래되는 부작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정책 발표를 하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누구나 잘못된 점을 알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한순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벌써부터 대ㆍ중소기업간 납품단가 협의 문제의 해법에 대해 관련 부처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기술개발 해외시장 개척, 상생협력 지원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대기업들로 하여금 중소기업들에게 시혜를 베풀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게 하고 중소기업들의 존재가 정말 소중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정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송광섭 증권부장 songbir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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