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SUV는 어떤 모델일까. 지구상의 모든 SUV를 시승해 보지는 않았지만 시승했던 모델 중에서 고르라 해도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SUV는 어떤 모델이겠느냐를 묻는다면 언뜻 몇개의 모델을 추려낼 수 있겠다. 그리고 배기량 5000cc에 390마력의 힘을 가진 SUV '인피니티 FX50'은 단언컨대 그 중 가장 윗자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모델이다.
SUV보다 쿠페에 가깝도록 게다가 착 가라앉은 유선형 차체와 초광폭 타이어, 대문짝만한 라디에이터 그릴 등은 그저 달리기 위해 태어난 자동차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강렬하게 찢어진 헤드램프도 맞바람에 가늘게 뜬 눈인양 느껴진다.
시트에 앉고부터는 운전자는 간데없고 FX50의 독무대다.
가속페달에 발의 무게만 얹었을 뿐인데 성난 듯 튀어나가는 느낌은 5000cc급 세단에서나 느꼈던 로켓과 같은 가속력이다. 하이라이트는 시속 100km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7단 자동변속기가 촘촘히 변속하며 엔진 회전을 한 순간도 헛돌지 않고 고스란히 시속 180km의 속력으로 이어줬다. 가공할 기능력이다.
속도를 더 내고픈 마음이 간절했지만 자유로 곳곳의 정체로 인해 성에 차게 달리지는 못했다. 일본 브랜드들의 제동장치가 독일차에 못미친다는 고정관념도 문득 마음 한 켠을 불안하게 했다.
인피니티 FX50은 마치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춘기 고교생이나 대학 새내기를 연상케 하는 SUV다. 우리의 문만 열면 당장 달려나갈 야생동물같다고도 할 수 있겠다. 최고의 SUV 중 하나인 벤츠의 ML63 AMG가 주는 '힘이 완벽하게 컨트롤되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살아있는 자동차 같다고 할까.
실제로 FX50의 피부는 살아있다. 손톱으로 차체를 긁어 상처를 낸 후 뜨거운 물만 부어도 자동 복원 도장 기능(스크래치 실드)이 발휘돼 잔 상처를 없애준다. 자동 세차기에서 생긴 잔 상처에 맘이 아팠던 운전자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기술이다. 모니터를 통해 헬기로 내려다보듯한 시각을 제공하는 어라운드뷰 모니터 역시 익숙해지면서 곧바로 편리함을 느끼게 해 주는 기능이다.
연비는 ℓ당 7.2km이며 차량 가격은 FX50이 8720만원, FX35이 6920만원(부가세 포함. 자동차세 인하 후 가격)이다.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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