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올 추석에는 '묻지마!'투자①]"네 비트코인 어떻게 됐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2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흙수저가 유일하게 계층이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 믿었던 신기루
-거품에 속고, '봇'에 속고…
-"한심하다?"…사다리가 치워진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당신 그리고 나의 모습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바쁜 업무와 힘든 일상에 치여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결국 찾는 곳은 '가족'이다. 명절이 기대되는 건, 그동안 지칠 때마다 의지하면서 힘이 됐던 가족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명절이 싫다"며 홀로 여행을 가거나 휴가를 보내는 이들을 보면, 대게 가족·친지들이 다같이 모이는 자리가 불편한 경우가 많다.

'대학은 어디갈꺼니?(고3), 결혼은 언제 하니?(미혼), 애 안 낳니?(기혼)'. 대표적으로 명절에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다. 지친 심신의 위로는커녕 스트레스만 되는 자리인 셈.


[올 추석에는 '묻지마!'투자①]"네 비트코인 어떻게 됐어?"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AD

올 추석에는 삼가야할 말이 또 있다. '투자'에 대한 얘기. 최근 부동산값이 급등하면서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추석에 가족들과 모이는 게 두렵다는 이들이 많다. '누구는 아파트 사서 1년 새 3억원을 벌었다더라' 하는 말은 비단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의 놀부 심보를 가진 이가 아니더라도 속편히 듣고만 있기는 어려운 게 사실. 특히 올해 주식시장과 가상화폐 시장은 연초에 비하면 대박보다 '쪽박'인 사람들이 더 많을 터. 어디가서 얘기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을 이들 위해 올 추석에는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묻지마! 투자'에 대해 실어볼까 한다. (p.s 쪽박찬 얘기, 억울한 투자사기 당한 얘기 있으면 언제든지 아래 메일로 제보도 주시라.)

◆비트코인 2000만원에서 700만원대로 '곤두박질'
올초 2030세대들은 가상화폐에 열광했고, 좌절했다. 8만원으로 시작한 비트코인 투자금액이 불어나 280억원이 됐다는 23세 청년 인터뷰와 단 2시간만에 30억원을 버는 모습 등이 고스란히 TV에 방영되면서 일각에서는 "흙수저가 유일하게 계층이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열광했다. 비트코인의 허황됨을 보여주길 바랐던 방송이었지만, 이미 비트코인 광풍 속에서는 굿판을 더할 뿐이었다. 그 열광 속에서 수많은 이들은 불에 타버린 불나방이 됐다.


2000만원까지 갔던 비트코인은 현재 700만원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있다. 업비트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은 18일 기준 최근 24시간 전 가격 보다 0.07% 하락한 718만6000원, 이더리움은 22만6850원, 리플은 313원이다. 이더리움이 한때 가상화폐 중 시총 2위에 오르며 200만원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10분의1토막 난 셈이다. 리플도 마찬가지다. 200원이었던 리플은 연초에 5000원에 근접할만큼 불과 한 달 여새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다. 투자자들을 광란으로 몰아넣었던 리플은 현재 300원대로 뚝 떨어졌다. 200원대에 투자한 이들은 '존버(수익이 날 때까지 버틴다는 은어)'해도 어느정도 수익이 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리플이 1000원 이상부터 리플 폭등세에 기대하고 베팅했던 이들이다.


◆"어쩐지 이상하더라"…가상통화에 '봇' 사용, 진짜였다니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염려하는 가족들 마음도 이해는 되나, 정작 본인들은 오죽할까.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억울(?)해할 뉴스가 최근 또 나왔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일명 '봇' 프로그램을 이용해 거래량, 가격 등에 손을 댔다는 것. 그동안 투자자들은 심증만 갈 뿐 물증이 없어 의혹만 커지고 있었다. 봇을 사용하면 투자자들이 입는 피해는 가령 이렇다.


[올 추석에는 '묻지마!'투자①]"네 비트코인 어떻게 됐어?"


투자자 A씨가 ICO 참가를 위해 참가비 명목의 이더리움 10개를 개당 30만원에 구하려고 했다. 그러나 호가창이 1초에 수십번씩 변동하는 바람에 원하는 가격의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상하게도 30만원에 사겠다고 주문을 넣는 순간, 그 가격보다 비싼 매물이 즉각 생겨나버려 못하는 것. 결국 A씨는 30만1000원에 구매했다.


투자자 B씨는 보유 중인 이오스를 개당 6500원에 처분하려고 했는데 그 가격 아래로 호가창이 줄줄이 생겨났다. 급하게 변동사는 시세를 보니 B씨는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다는 마음에 조급해진다. B씨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처분가격을 낮추다가 결국 손절했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코미드 얘기다. 최우혁 코미드 대표는 투기 세력으로 인한 가격 왜곡을 막고, 거래소 내에 적정한 시세를 형성하기 위해 속칭 '봇'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시인했다.(본지 단독 19일자) 그동안 가상통화 거래소가 봇을 통해 공정 거래를 저해하고 있다는 일부 투자자들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검찰 측은 봇 등을 통해 거래가 활성화한 것처럼 꾸며 거래소에 고객들을 유인했다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블루…"잘 살아보고 싶다"는 당신과 나의 슬픈 자화상
이처럼 개미들은 주식시장이나 가상화폐 시장이나 승자가 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종종 끔찍한 사건도 생긴다. 지난 6일에는 비트코인에 수천만원을 투자했다가 거액의 빚을 진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창 푸르를 나이, 26세다. 올 2월에는 비트코인이 2000만원에서 600만원까지 추락하자 암호화폐에 투자했던 30대 남성이 이를 비관해 자살했다.


'비트코인 블루(blue·우울)'. 비트코인은 20~30대 흙수저에게 장미빛 미래를 보여줬지만, 그 미래가 너무 눈이 부셔 진하게 생긴 그림자는 보지 못했다. 실패한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한심'한게 아니라 '나도 잘 살아보고 싶다'는 몸부림에서 나온 우리시대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 사다리가 치워진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당신. 그리고 나의 모습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