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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압박 못이긴 인도중앙은행 총재, 결국 사임…독립성 논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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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압박 못이긴 인도중앙은행 총재, 결국 사임…독립성 논란(종합) 우르지트 파텔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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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금융제재 완화, 통화정책 등을 둘러싸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충돌해 온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10일(현지시간) 즉각적인 사임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파텔 총재는 이날 짧은 성명을 통해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현직에서 즉각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모디 정권과의 거듭된 충돌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파텔 총재의 임기는 내년까지였다.


이번 사임은 모디 총리의 요구로 대출기준 완화 등 금융제재 완화정책 등이 논의되는 RBI 이사회 정례회의를 며칠 앞두고 이뤄져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 내년 총선의 방향타가 될 주의회 선거결과를 앞두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시기기도 하다.

그간 모디 총리는 국영은행들이 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재개할 수 있도록 RBI를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인도가 식민지일 당시 제정된 중앙은행법에 따르면 '공익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는 중앙은행에 지시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파텔 총재는 올 들어 루피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자본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


집권 인도국민당(BJP)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가장 큰 쟁점은 중앙은행의 국고에 납입하는 금액이었다"며 "내년 4~5월 예정된 총선 전 포퓰리즘 정책으로 표심을 잡기 위할 자금으로 납부금 증액을 요구했다"고 귀띔했다. 요구액은 3조6000억루피 상당으로 시장의 허용범위(1조~3조루피)를 훨씬 웃돌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모디 정권과 RBI의 갈등은 앞서 지난 10월 비랄 아차르치야 RBI 부총재의 발언으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그는 당시 "2010년 아르헨티나 위기에서 알 수 있듯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위협은 잠재적 재앙"이라고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정권의 거듭된 압박에 못이긴 파텔 총재가 결국 물러나게 된 것이다.


파텔 총재의 사임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둘러싼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날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달러화 대비 루피화 가치는 1.8%이상 떨어졌다고 FT는 덧붙였다. 이 매체는 "모디 총리가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신호"라며 "중앙은행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매각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11일부터 파탈 총재의 사임에 따른 파장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디 총리는 파텔 총재가 사임한 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파텔은 깊은 통찰력을 갖춘 경제인"이라며 "우리는 (사임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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