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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박막맨, 새 도전은 '2차전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8초

이강직 러셀 대표 인터뷰
유행 안 타는 반도체 첫공정 사업
2020년 가동 공장 연 500억 목표
내달 상장 후 사업다각화도 모색


30년 박막맨, 새 도전은 '2차전지' 이강직 러셀 대표이사가 18일 충청북도 진천 러셀 본사에서 회사의 핵심 장비인 '프로듀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문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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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지난해 반도체주가 크게 오르면서 3D낸드플래시 등 주요 부품 적층 기술 경쟁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우리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잘하던 박막 사업은 물론 2차전지까지 발을 넓히겠다."

30년 넘게 '박막'만 판 이강직 러셀 대표가 안경을 치켜 올리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18일 충청북도 진천군 러셀 본사에서 만난 그는 1984년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한 뒤 박막 공정장치를 만든 '박막맨'이다. 박막 장비는 웨이퍼에 절연ㆍ보호막을 씌우는 설비다. 크게 네 단계로 나뉘는 반도체 전공정 중에서도 가장 첫 단계 공정이다.


이 대표가 반도체 중에서도 박막만 팠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삼성반도체통신에서 하이닉스로 이직한 뒤 10년 넘게 일하다 2000년에 LG디스플레이로 둥지를 옮겼다.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 15~30일 걸리는 반도체 회사에서 2~3일 만에 뚝딱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액정표시장치(LCD) 공정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나온 뒤 아예 회사를 차렸다.


이 대표는 "2001년 러셀을 세우고 2006년에 법인으로 전환한 뒤 2년차에 바로 코스닥 상장을 노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회를 미뤘다"며 "그때는 상장 기회를 다시 잡는데 10년 넘게 걸릴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부 시장관계자들의 예상처럼 반도체 업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꺾인다 해도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존 반도체 장비를 개조해 재구성하는 '리퍼비시'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러셀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갈수록 반도체 공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예 새로운 공정이 속속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럴 때 고객사가 장비를 교체하더라도 장비에 입힌 기존 설비 프로세서까지 통째로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노하우를 잘 아는 우리 회사에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셀은 지난해 20억원을 들여 충청북도 청주시 옥산산업단지에 9000㎡ 부지를 확보, 2020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연 매출을 지난해 361억원에서 2020년까지 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30년 박막맨, 새 도전은 '2차전지' '기본에 충실'. 이 대표의 경영 철학이다. 그는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장사 대표가 돼도 '박막맨'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사진=문채석 기자)



"오직 박막과 사람, 그리고 5대5." 경영 철학을 묻자 이 대표가 내비친 핵심 단어다. 러셀 사훈 중 1번인 '기본에 충실'에서 말하는 기본은 박막과 사람인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 혼자서만 박막을 판 것이 아니라 1989년 하이닉스에 입사한 뒤 15년 넘게 함께 일한 동료들이 러셀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는 회사 수익의 50%는 반드시 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는 철칙을 고수해 왔다고 전했다.


상장한 뒤엔 이 같은 '기본' 원칙을 2차 전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지를 검사하고 포장하는 공정 사업에 뛰어들 예정인데, 이르면 내년 말부터 시장에 진입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이 대표의 복안이다.


이 대표는 "2020년 선보일 청주 옥산공장을 세울 때 2차전지 등 신사업도 염두에 두고 부지를 확보한 것"이라며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안정적인 신사업을 빠르게 안착시키는 것이 주주를 향한 의무이자 예의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셀은 다음달 1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하이투자증권의 하이제3호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하이제3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추진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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