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경쟁당국, ‘언론재벌’ 머독의 스카이 인수 제동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미국의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추진해 온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 경영권 인수가 영국 경쟁당국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공정경쟁당국(CMA)은 23일(현지시간) 21세기폭스가 스카이 지분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두는 방안에 대해 "미디어의 다양성 우려가 제기돼 공익에 맞지 않다는 잠정적인 결론을 냈다"고 발표했다.

앞서 머독 일가가 머독패밀리트러스트(MFT)를 통해 소유한 21세기폭스는 117억파운드(약 17조원) 규모의 스카이 지분 61%를 인수하는 방안을 스카이와 합의하고 영국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었다. 21세기폭스는 이미 스카이 지분 39%를 소유하고 있다.

CMA는 21세기폭스가 스카이를 소유할 경우 "TVㆍ라디오ㆍ온라인매체ㆍ신문 등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 걸쳐 영국 내 뉴스제공자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많은 지배권을 갖게 되고 따라서 여론과 정치 의제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뉴스코프 지배 때문에 머독 일가는 이미 상당한 여론 영향력을 갖고 있고 21세기폭스의 스카이 완전 인수는 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영국 인구의 3분의 1 가까이가 MFT 소유 뉴스매체들을 시청하거나 읽거나 청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영방송 BBC와 민영방송 ITV를 제외한 다른 모든 뉴스제공업체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 높다.

뉴스코프는 영국 자회사를 통해 보수 일간 더타임스와 일요판 더선데이타임스, 최대 부수 대중지 더선을, 스카이는 스카이뉴스 채널과 스카이스포츠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뉴스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21세기폭스는 폭스뉴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CMA는 잠정결론에 대한 일반의 의견을 수렴해 오는 5월1일 디지털ㆍ문화ㆍ미디어ㆍ스포츠부에 최종 의견을 통보할 예정이다. 머독은 2011년에도 뉴스코프를 통해 스카이 인수를 추진하다 취소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세기폭스가 보유한 스카이 지분 39%는 월트디즈니의 인수 대상"이라며 "21세기폭스의 스카이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 디즈니의 21세기폭스 자산 인수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